16개 과거사위 ‘방만 운영’ 해부해보니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동학명예회복위

18개월간 심의 ‘0’건… 인건비 2배 올라

제주4·3진상규명위

심의요청 받고도 최근 1년 전체위 안열어

친일반민족규명위

직원 108명에 사무실등 임차료 한해 12억

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빌딩에 입주해 있는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사무실은 조용했다. 조상의 ‘명예회복’을 위해 찾아온 민원인은 없었고 직원들도 3, 4명만 눈에 띄었다. 이 위원회 직원 13명이 사용하는 사무실 면적은 456m²(약 165평). 직원 한 명당 대략 12평이 넘는 공간을 사용하는 셈이다. 사무실에는 특별한 쓰임새 없이 비어 있는 공간도 눈에 띄었다. 이 위원회가 사용하는 사무실 임차료 등 운영비는 1년에 5억7200여만 원. 위원회 관계자는 “보상심의 업무가 거의 완료돼 올해 12월 말까지 정리 작업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6개 위원회 관련 자료에 따르면 7개 과거사 위원회는 주된 업무가 종결됐지만 인원과 사무실 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일은 줄었지만 ‘간판’은 안 내려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는 2004년 10명으로 시작해 현재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226명의 희생자와 2240명의 유족을 결정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 1건의 심사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현재 이 위원회는 노근리 사건 심사 및 명예 회복에 관련된 일 대신 노근리공원 조성 사업 등 기념사업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삼청교육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4년 7월 활동을 시작해 2006년 2200건, 2007년 1258건을 심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심의 건수는 37건으로 대폭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8일 현재까지 심의 건수가 4건에 불과하다. 최대 55명이던 인원은 5명으로 축소됐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는 2007년까지 총 1만3564명의 희생자와 2만9239명의 유족을 결정했다. 2007년 6월부터 11월 말까지 희생자 727명과 유족 2449명의 추가 신청을 받았지만 2008년부터 1년 동안 전체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심의는 전무했다.

6·25전쟁 중 발생한 거창 양민 학살사건 희생자들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창사건등관련자명예회복위원회는 1998년 2월 934명의 희생자와 1517명의 유족을 결정한 뒤 10년 넘게 합동묘역 사업 등 기념사업 업무만 지속하고 있다.

○ 일은 줄어도 예산은 늘어

16개 위원회 중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 7개 위원회는 최근 5년 동안 인건비가 늘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2001년 3661건에서 지난해는 262건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인건비는 5억8900만 원에서 7억7200만 원으로 늘었다. 위원회 활동이 계속되면서 일은 줄었지만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

2005년 5월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자 규명위원회는 1904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를 3기로 나눠 301명의 반민족행위자를 결정했다. 인건비는 2005년 26억5144만 원에서 2009년 49억3018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 위원회가 2005년부터 사용한 돈은 372억 원이다. 지난해 직원 108명이 일하는 사무실 등 임차료로 낸 돈은 12억 원이 넘는다.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는 2004년 11월부터 10개월간 관련 유족 신청을 받아 2006년 11월까지 263건을 인정했다. 하지만 2차 신청을 받으면서 4차 심의가 열린 2006년 11월 이후로 5차 심의가 열린 2008년 5월까지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이 위원회 인건비는 2005년 1억800만 원에서 2009년 3억200만 원으로 늘어났다.

○ 위원회 연장 위해 법 개정·업무 확대

위원회는 한시적 기구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잘 없어지지 않는다. 10년 이상 존속돼 사실상 상설기구화된 위원회가 2개, 5년이 넘은 위원회는 10개다. 과거사위원회의 상설기구화는 당초 관련법을 만들 때 활동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16개 과거사위원회 중 10개 위원회는 법에 활동 만료 시한이 없다.

만료 시한이 있어도 법 개정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원래 지난해 12월로 활동을 접어야 했지만 법을 개정해 기간을 올해 12월까지로 1년 연장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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