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매일 10분씩이라도 듣고 보고…‘감’을 잃지 말자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공든탑 영어 말하기, 수능에 밀려 포기?

매일 10분씩이라도 듣고 보고… ‘감’을 잃지 말자

《“영어유치원, 어학원에 다니고 원어민 수업을 들으며 갈고 닦은 영어 말하기 실력이 고등학교에 가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준비하며 무너질까 걱정이에요.”(정일선 씨·41·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당장 학교 시험이나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문법과 독해공부가 우선이지만 공들여 쌓은 말하기 능력이 떨어질까 두렵기도 한 것이 학부모와 학생의 마음이다. 미국교육평가원(ETS)의 지난해 토플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토플 말하기 성적은 세계 161개국 중 136위. 어린 시절 어느 정도까지 영어 회화 실력을 쌓아도 입시공부를 하며 ‘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입 수시 전형 포트폴리오 등 활용할곳 많아

전화 영어 - 영어 다이어리 쓰기도 좋은 방법

‘영어 말하기’는 입시 영어에 밀려 그냥 놓아버리기에는 혜택이 많다. 각종 영어 말하기 대회(그래픽 참조)는 대입 수시 전형에 좋은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국제 활동에 참여하려면 기본적으로 회화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앞으로 중고등학교에서 듣기, 말하기, 쓰기 평가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말하기 평가 비율을 10% 이상 반영할 계획이라고 1월 발표했다. 영어 말하기,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 듣기가 힘이다-매일 10분 영어 듣기

김상우 군(15·사진·서울 아주중 3)은 올 2월 열린 ‘제14회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대회’에서 중등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초등 4학년 때 ‘아리랑 TV 어린이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에 입선했고, 6학년 때는 ‘국제영어대회(IET)’ 서울 지역 금상을 수상했다. 원어민과 대화하는 실력은 외국에서 몇 년씩 거주했던 친구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듣기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고,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실력도 탁월하다. 김 군은 영어권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김 군은 7세 때부터 어머니의 지도로 ‘영어 듣기’를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같은 세계 명작 소설을 영어 테이프로 들었다. 한 문장씩 듣고 받아쓰기를 한 후 따라 읽었다.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따로 시험을 보지 않았다.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여러 번 반복하자 문장이 저절로 입에 붙었다. 어머니 이은숙 씨(44·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영어는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에 흉내 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지도했다”며 “듣기 연습을 통해 귀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입도 트인다”고 말했다.

YBM GPS 강안나 원장은 영어 말하기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10분이라도 꾸준히 듣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5∼10분 이내로 들을 수 있는 CNN 뉴스를 추천했다. 엔터테인먼트나 스포츠, 과학 뉴스는 흥미롭고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중고교생도 시도해볼 만하다. 단,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면서 대충 흘려듣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보는 것이 힘이다-영자신문, 미드

김 군 집의 거실에는 항상 ‘코리아 헤럴드’와 ‘타임스’가 있어 자연스럽게 영자신문을 접할 수 있다. 김 군은 시간이 날 때마다 주요 기사의 헤드라인과 도입 부분을 읽고 관심 있는 기사를 골라 정독한다. 전체적인 맥락만 이해할 수 있다면 모르는 단어를 일일이 찾지 않는다. 김 군은 “김연아 선수처럼 관심 있는 기사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인물의 기사는 따로 스크랩하고 공부방 벽에 붙여 놓고 틈틈이 읽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영자신문을 읽으면 이슈에 대해 영어로 생각할 수 있고 대화의 소재가 풍성해진다”며 “꼭 영어로 하지 않아도 기사나 최신 뉴스에 대해 아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학생들이 주말에 쉬면서 볼 수 있는 미국 드라마를 추천했다.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는 기승전결로 내용이 구성되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논리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토론능력과 비판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가볍게 일상을 다루는 시트콤 ‘프렌즈’나 ‘코스비 가족’도 회화의 감을 익히며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교재다.

강 원장은 “미국 드라마는 생생한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급한 표현이나 속어, 상스러운 말을 익힐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며 “영어 말하기도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므로, 세련된 표현을 익히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생활 습관이 힘이다-영어 다이어리, 전화영어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는 단어는 많아진다. 교과서나 토플, 텝스에 나오는 학술적인 단어는 외우지만 생활영어의 감은 떨어지는 것이 문제. 강 원장은 수첩에 일정이나 간단한 메모를 영어로 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math academy at 4 p.m(오후 4시에 수학 학원)’, ‘Anna’s birthday party at 3 p.m(오후 3시 안나 생일 파티)’, ‘hand in a book report on Thursday(목요일 독후감 제출)’과 같이 간단한 문장도 좋다. 이렇게 일정을 영어로 정리하는 것은 “What did you do last weekend(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니)?”, “What will you do tomorrow(내일 뭘 할 거니)?”와 같은 일상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문법이나 어휘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꾸준히 적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군은 초등 2학년 때 9개월 이상 전화영어로 하루 10분씩 말하기 연습을 했다. 이사를 하고 마땅한 학원을 찾기 전 회화 감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집, 학원, 학교를 오가는 자투리 시간에는 MP3에 가요 대신 영어 회화를 담아 듣는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토킹’감 유지하려면?▼

① 단 10분이라도 매일 영어를 듣고 따라한다.

② 일정 정리나 메모는 짧아도 영어로 작성한다.

③ ‘CSI 시리즈’, ‘프렌즈’, ‘코스비 가족’ 강추!

④ 헤드라인만 보더라도 영자신문을 읽자.

⑤ 10분 전화영어로 ‘굳은 혀’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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