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조선족 삶의 현장 기록 20년 ‘조선족의 문화…’刊

  • 입력 2009년 4월 3일 06시 48분


“독립운동 하듯 사진 찍어”

다큐사진 작가 강위원 교수 ‘조선족의 문화…’ 출간

“눈을 감으면 넓게 펼쳐진 ‘동북 3성’이 파노라마처럼 스치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강위원 교수(60·경일대 사진영상학부)는 대구에 살지만 그의 ‘또 다른 집’은 중국의 동북 3성(헤이룽장, 랴오닝, 지린)의 들판과 조선족 마을이다. 40세 무렵부터 동북 3성 조선족의 삶을 카메라에 담고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60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100여 차례 중국을 오갔고, 조선족의 삶과 독립운동의 흔적을 25만 장가량의 사진에 담았다.

“올해로 꼭 20년째가 됐네요. 1990년 백두산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조선족을 통해 문득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어제와 오늘을 영상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는 2일 “20년이 훌쩍 지나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작가답게 그는 책상을 벗어나 ‘현장’을 살폈다. 동북 3성에 사는 조선족의 일상과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땅이 그의 연구실이었다.

그는 최근 ‘조선족의 문화를 찾아서’라는 452쪽짜리 책을 펴냈다. 그동안 ‘조선족의 오늘’(2002년)과 ‘헤이룽장 성의 조선족’(2005년)을 펴냈지만 방대한 연구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했다. 이번에도 최소한 2권으로 묶어서 펴내려고 했지만 출판 사정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조선족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동북 3성이 독립운동의 무대였던 점을 감안해 그의 연구는 깊이와 넓이를 더했다. 책의 앞쪽에 정리한 ‘답사과정’에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3차례 동북 3성을 찾았던 일정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조선족과 독립운동 흔적을 찾아 기록하려는 그의 집요한 노력을 잘 보여 준다.

“조선족 마을을 찾아가다가 차가 뒤집혀 겨우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힘들게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견해 셔터를 누를 때는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동북 3성은 면적이 한반도의 10배 되는 넓은 땅인데 이런 곳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저도 독립운동가의 심정으로 한 곳이라도 더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수백 장의 사진을 곁들여 쓴 이 책에는 조선족이 살아온 어제와 오늘, 독립운동의 흔적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사진뿐 아니라 글도 사진처럼 생생하다. ‘마시탄을 나와서 압록강변을 따라 길게 굽이친 고개를 따라가면 태평령을 넘게 된다. 고개를 넘으면 유수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으로 내려가면 조선족 향을 거쳐 고마령에 이른다. 고마령은 1925년 3월 16일 참의부 2중대 대원들이 국내 진입작전 군사회의를 열었던 곳이다’와 같은 식이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조선족과 독립운동에 관한 사료 조사와 연구도 충분히 병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한족(漢族)과 다르고 지금의 한국인과도 다른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조선족은 한국의 독립운동과 중국의 항일전쟁에도 적극 참여해 이주민족이지만 독특한 위치에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며 “이 기록이 조선족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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