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세상을 보는 눈, 고전에 있소”

  • 입력 2009년 3월 26일 06시 45분


김원중 ‘통찰력 사전’-기세춘 ‘묵자’ 잇단 출간

충남지역의 대표적인 고전 번역가들이 최근 잇따라 역작을 내놨다.

충남 논산 건양대 김원중 교수의 ‘통찰력 사전-사마천의 생각수첩’(528쪽·글항아리)과 수년 전부터 대전에 살면서 고전을 번역 중인 기세춘 씨의 ‘묵자’(936쪽·바이북스). 둘 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지침서가 될 만하다.

▽김원중의 ‘통찰력 사전’=이 책에는 사마천의 ‘사기’에 담긴 300여 편의 명언이 통찰, 경청, 처세, 포용 등 36가지 처세 규범에 따라 정리돼 있다. 그 명언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해석을 담았다.

궁형의 치욕을 견뎌낸 사마천이 자신의 혼을 담아낸 사기에는 전쟁보다 치열한 삶 속의 지혜와 통찰이 가득 차 있다. 김 교수는 여기에 주목해 지난해 ‘2천년의 강의-사마천 생각경영법’을 펴냈다. 하지만 삶 속에서 ‘야전 교범’처럼 활용할 수 있는 좀 더 콤팩트하고 현대적인 버전이 필요해 통찰력 사전을 발간하게 됐다.

김 교수는 “이 책이 독자에게 세상을 보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되새겨 보는 기회와 여유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중문과를 나와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대만사범대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낸 김 교수는 ‘허사대사전’ ‘사기 열전’ ‘정관정요’ ‘한비자’ ‘송시’ 등 100여 편의 저서와 3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한 중국 고전 번역의 권위자이다.

▽기세춘의 ‘묵자’=이 책은 기 씨의 묵자 완결판이다. 1992년 자신이 국내 최초로 완역한 ‘묵자’ 완역본을 손질하고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왜곡된 묵자 사상을 바로잡기 위해 독자적인 주해도 많이 붙였다.

이 책은 해설부와 번역부로 나뉜다. 해설부에서는 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설명하고 번역부에서는 현존하는 ‘묵자’ 53편 중 병서 부분을 제외한 42편의 번역문과 원문을 비교 수록했다.

이 책에 따르면 묵자(기원전 470∼기원전 390)는 춘추전국시대 공자와 더불어 공묵(孔墨)이라 일컬어질 만큼 제자백가의 ‘거두’였다. 한나라 무제가 백가를 폐출하고 유교를 국교로 삼자 탄압을 피해 자취를 감췄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공자와 묵자는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인 인물들. 이것이 오늘날 묵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세상을 보는 데에는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 씨는 묵자가 반전평화운동가, 평등주의자, 정교한 가격이론을 제시한 경제학자였다고 말한다.

기 씨는 193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북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혁명사를 연구하는 한편 어려서부터 배운 한학을 바탕으로 고전 번역에 매달렸다. 한남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전강좌도 연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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