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어떤 기준이 있기에…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인물 비중 순서? 여야 균형 맞게? 공소시효 문제?

“복합적으로 작용”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체포 또는 소환은 17일부터 시작됐다.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 등 상대적으로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 ‘낙선 인사’들이 먼저 체포돼 구속됐다. 23일까지 체포 또는 소환된 6명 가운데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원외 인사들이다.

2월 임시국회가 3일 폐회하면서 가장 먼저 현직 국회의원들이 소환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빗나간 것이다. 검찰로서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야말로 현직 국회의원들을 소환조사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당장 3월 말에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 때문에 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는 어려워진다. 국회 회기를 이유로 검찰 출석부터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 아닌 인사들이 먼저 사법처리의 도마에 오른 데에는 인물의 비중, 여야의 균형, 공소시효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17, 18일 차례로 체포된 이 전 원장과 송 전 시장은 각각 옛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기 때문에 여야의 균형을 고려하면서 인물의 비중도 감안해 비슷한 시점에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소환 조사한 21일 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실세로 평가받았다. 추 전 비서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공신 그룹 출신으로 지난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대운하사업 전도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기 때문에 역시 검찰이 균형을 맞춰 두 사람의 소환 및 체포시기를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 의원이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소환된 데에는 공소시효 문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이 5만 달러 이상을 전달받은 시기가 오래돼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5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23일 체포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도 2004년 6월 박 회장에게서 수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어 공소시효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검찰은 3월 말 이전에 일부 현직 국회의원을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원외인사들을, 국회가 열리지 않는 5월에는 다시 현직 국회의원들을 소환하는 식으로 수사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