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워킹맘과 네 아이, 하지만 이 집엔 잔소리가 없다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일하는 엄마는 바쁘다. 직장에선 맡은 직무에 충실한 ‘프로’로, 가정에선 자녀의 인생 ‘멘터(mentor)’로 1인 2역을 소화해야 한다. 숙제는 했는지, 학원엔 늦지 않게 갔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보니 불안감이 앞서 자녀와 의 대화는 잔소리로 변하기 일쑤다.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자녀 때문에 큰소리가 나는 날도 많다.

자기의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없을까?》

학교 학원 선택은 물론 진로설계도 ‘알아서’

윤혜원 씨, ‘스스로 척척’ 자녀 만든 노하우

음악교육 전문 업체 MYC코리아의 대표이사이자 네 아이의 엄마인 윤혜원 씨(50). 윤 씨는 네 아이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이’로 키웠다.

미국 뉴욕대의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Tisch School)을 졸업한 큰딸 서리나 씨(23)와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 환경공학과에 재학 중인 둘째 딸 해나 씨(20)는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한 뒤 해외 유명 대학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일일이 검색하고, 원서접수부터 SAT시험 준비까지 혼자 힘으로 해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 3학년인 셋째 딸 빛나 양(17)과 중학교 1학년 정우 군(13)도 부모의 도움 없이 진로 설계는 물론 학교, 학원 선택까지 알아서 ‘척척’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엄마랑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3시간 정도밖에 안 되니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도록 한 거죠.” 네 남매가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역할 분담과 온 가족이 함께한 토론 덕분”이라고 윤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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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거지팀’ ‘애완견 목욕담당’…역할을 주고 책임감을 키워라

윤 씨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첫째 딸은 동생들의 목욕 담당, 둘째 딸은 책 정리 식으로 각자에게 책임지고 완수해야 할 임무를 준 것. 둘씩 짝지어 ‘설거지 팀’을 짜주기도 하고, 애완견 사료 주기나 목욕시키기 같은 일은 돌아가며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 줬다.

아이들이 맡을 일을 귀찮아할 때면 어느 팀이 더 잘하는지 시합을 벌이게 하거나 하루 동안 가장 열심히 일한 자녀에게 상을 주기도 했다. 네 아이는 역할분담을 놀이처럼 즐기며 책임감을 키웠다.

“남편의 대학원 공부 때문에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저도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아빠 엄마에게 직업이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각자 책임져야 할 역할이 있다는 걸 설명해 줬어요. 성실히 맡은 일을 해 냈을 땐 성취감을 느끼도록 보상과 칭찬도 아끼지 않았고요.”

자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깨달은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게 윤 씨의 설명. 윤 씨는 초등학교 입학 후엔 책가방 챙기기부터 용돈 관리도 네 남매가 직접 하도록 지도했다.

○ 토론으로 부모·자녀 모두에게 득이 되는 대안을 찾아라

“자녀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고 의견을 존중해 줬어요. 물론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죠. 그땐 함께 토론을 했어요.”

윤 씨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면 왜 부모가 장난감을 사줘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했다. 그리곤 ‘최근에 장난감을 샀다’ 또는 ‘같은 종류의 장난감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을 설득했다. 무조건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아이들이 엄마의 결정을 이해하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그 대신 윤 씨는 아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엄마가 먼저 ‘수학에서 100점 맞으면 용돈을 올려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을 받고 싶다(시기 선택)’ ‘단어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면 용돈 500원을 올려 달라(목표 설정)’처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도록 한 것.

“토론을 하면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자녀는 부모의 처지를 헤아리게 돼요. 처음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깊어지죠. 하지만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에요. 엄마가 먼저 철저히 약속을 지키면 아이도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답니다.”

○ ‘10분 잠자리 토크’…자녀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라

윤 씨 가족은 2001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았던 자녀들은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직장에서 돌아와도 바쁘긴 마찬가지죠. 저녁 준비하랴, 청소하랴 아이들과 한 마디 나누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잠자리 토크예요. 늦은 밤 조용한 침실에선 마음속 얘기를 쉽게 꺼내거든요.”

윤 씨는 자녀들이 잠자리에 들라치면 침대 머리맡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줬다. 학교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엄마와 대화하며 풀도록 배려한 것. 윤 씨는 자녀의 말에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쳐주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빛나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중간고사를 보고오더니 50점을 맞았다고 속상해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학원은커녕 문제집 하나 풀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죠. 그래도 빛나에겐 ‘그렇게 공부를 안했는데도 50점 맞았으면 잘했다. 조금만 공부하면 100점 맞겠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당장 문제집을 사러 가자고 하더군요.”

윤 씨는 종종 바쁜 시간을 쪼개 자녀들을 위한 ‘감동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자녀들이 좋아하는 빵을 구워주기도 하고, 책상 책꽂이에 편지를 써서 숨겨두기도 했다. ‘냉장고 두 번째 서랍을 여시오’란 쪽지를 남겨두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보물찾기 하듯 꺼내 먹도록 한 적도 있다.

윤 씨는 “엄마가 챙겨주지 않는다고 자기 일에 소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란 걸 아이들도 안다”면서 “학원, 학교 숙제를 엄마가 일일이 챙기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믿고 응원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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