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경시대회 나가보니 내 실력 적성이 보여요”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물리를 파고들고 보니 과연 내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경시대회에 참가했는데 상을 받고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불끈 솟았어요.”

올해 국제물리올림피아드 한국대표로 선발된 경기과학고 3학년 고해원 군(18)의 말이다. 고 군은 “실력을 키우고 적성을 파악하는데 경시대회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국제영어대회(IET) 서울지역 은상 수상 경력이 있는 민족사관고 1학년 김건호 군(16)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 내 실력을 점검하는 최적의 기회

경시대회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전국 또래 학생뿐 아니라 전 세계 학생들과 실력을 비교할 수 있다. 다소 높은 수준의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공부하는 데도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김 군은 “WSDC(World Schools Debating Championships)에 나가 세계 토론 고수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에게 있어 대회 수상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김 군은 “대부분의 대회는 단기간에 준비되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하다보면 자연스레 영어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학, 과학 경시대회 문제들은 각 분야의 개념이 서로 연결돼 있어 통합적 사고력을 요구한다. 고 군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야를 넓히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었다”면서 “경시대회를 통해 공부 내공이 쌓여 학습 전반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07년까지 서울과학고에 재직한 박완규 교사(서울 문정고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각종 경시대회에서 수상실적을 갖추고 합격한 과학고 학생들이 학교장 전형, 영재교육원 수료자 전형 등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전체 과목 평균 성적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수학과 물리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과목에서 성취도가 높았다.

○ 미래 설계를 도와주는 나침반

어느 과목의 성적이 좋거나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신의 적성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시대회는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고 적성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영어, 수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고 군. 중학교 때 우연히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물리에 빠져들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꼈고 그만큼 실력도 부쩍 늘어났다. 고 군은 고교 1학년 때 포항공대 주최 물리경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2년 연속 한국물리올림피아드 금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갖게 된 고 군은 응용물리학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 군 또한 처음부터 영어를 잘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 유독 즐거웠고 경시대회를 통해 영어에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영어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지금은 교내 영어토론대회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군은 앞으로 토플, 영어 말하기 대회 등 다른 경시대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경시대회를 단순히 입시의 발판으로 접근하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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