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하루 12억꼴 재정 손실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국회파행에 개혁법안 처리 연기… 또 연기…

금고형 이상 50% 감액’ 못해 세금 낭비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자 아시아판에 “한국 국회의원들 주먹 싸움에 개혁 법안 쌓여 간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쌓여 가는 개혁 법안’ 가운데 하나다. 1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국회 파행 등으로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하루 평균 12억 원꼴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시민단체와 전문가, 공무원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통해 마련됐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뀐 게 핵심으로 공무원 기여금(내는 돈)을 현행 총소득의 5.5%에서 △올해 6.0% △2010년은 6.3% △2011년은 6.7% △2012년은 7.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공무원 지급금(받는 돈)은 재직기간 평균소득의 2.1%에서 1.9%로 인하했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신규 공무원부터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부담하는 적자 보전금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3년 548억 원에서 지난해 1조4300억 원까지 증가했고 올해는 1조9931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가운데 4198억 원을 올해 공무원 기여금 인상(5.5%→6.0%)을 통해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은 하루 평균 12억 원이 되는 셈이라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개정안이 미뤄짐으로써 세금도 줄줄 세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제64조 1항에는 ‘재직 중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연 퇴직되고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은 2분의 1 감액 지급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공무원이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을 경우 일률적으로 급여제한을 할 게 아니라 직무관련성과 고의·과실을 종합 판단해 2008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개정안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과실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 감액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됨으로써 공무원연금법 제64조 1항은 효력을 잃게 돼 모든 형벌자에 대해서도 연금과 퇴직수당이 전액 지급되고 있다. 올해 1월 한 달간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퇴직한 922명에게 2분의 1 감액 없이 추가로 지급된 금액만 15억 원에 이른다.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계법 등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법안들에 밀려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제도 발전위원회에 참여한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의 비용이 늘어난다”며 “국회에서 국가재정에 큰 영향을 주는 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개정안대로 바뀌더라도 2018년에는 정부 보전금이 6조 원까지 치솟는 점을 감안해 연금 개혁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안 도출에 수년씩 걸리는 만큼 개정 뒤 보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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