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광주 수피아여고 1년 현지혜 양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외우고 보자→이해를 하자… 핵심을 파악하는 ‘눈’을 떠라!

《광주 수피아여자고등학교 1학년 현지혜 양(사진)은 중학 3년 동안 ‘아찔한 경험’을 했다. 중학교 1학년 땐 반에서 5등 안팎을 유지하던 성적이 2학년 첫 중간고사에선 10등 밖으로, 2학기 기말고사 땐 20등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통해 전교 등수를 ‘100등’ 이상 끌어올리기까지 “눈물을 쏙 빼는 노력을 했다”고 말하는 현 양. 현 양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초등학교∼중1: 암기만으로 상위권에 오르다

현 양은 초등학교 6년 동안 평균 90점 이상을 받았던 우등생이었다. 학원 한 번 다닌 적 없는 현 양이 좋은 성적을 얻었던 건 철저한 복습과 ‘학습공식’ 덕분이었다.

현 양의 학습공식 1단계는 교과서와 문제집 개념정리, 노트필기 내용을 두 번 이상 꼼꼼히 읽는 것이었다. 2단계는 각 학습 자료에서 핵심내용만 간추려 ‘암기노트’를 만드는 일. 3단계는 문제풀이였다. 현 양은 과목별로 하루 평균 50∼100문제를 풀었다.

학습공식의 마지막 단계는 ‘무조건’ 암기였다. 수학문제를 풀다가도 이해가 안 되면 문제와 문제풀이 과정을 그냥 통째로 암기했다.

현 양은 중학교 1학년 때도 초등학교 때와 똑같은 학습공식을 활용했다. 시험기간엔 교과서 참고사항에 등장하는 한자(漢子)까지 빠짐없이 외웠다. 현 양은 1년 동안 반의 39명 중 5, 6등을 유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부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중요도에 상관없이 배운 내용을 무조건 외우다보니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게 문제였다. 이해 없는 암기 탓에 응용 심화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공부법이 맥락과 핵심을 파악하는 ‘눈’을 기르는 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중2: ‘수학폭탄’ 터지자 전 과목 성적 동반하락

문제는 중2 때 터졌다. 시한폭탄처럼 현 양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수학성적이 50점대로 떨어진 것. 허 양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10등 밖으로 밀려났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생각으로 무조건 외우기만 하다보니 2학년 수학과정은 첫 단원부터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어요.”

성적이 떨어지자 현 양은 조급해졌다. 부랴부랴 1학년 교과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수학 단과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복습시간의 70% 이상을 수학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기초가 허약한 수학실력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문제가 조금만 변형돼도 틀리기 일쑤. 1, 2학년 과정을 함께 공부하다보니 학습부담은 배가 됐다. 날이 갈수록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은 떨어졌다.

과목별 학습의 균형이 깨지면서 다른 과목 공부는 시험 1주일 전 ‘벼락치기’하기 바빴다. 2학년 1학기에 10∼15등이었던 성적은 2학기 기말고사 땐 20등으로 떨어졌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까지 악순환은 계속됐다.

○ 중3: 만점으로 가는 ‘지도’를 그려라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는 생각에 원인분석을 해봤어요. 핵심을 파악하는 ‘눈’과 기초실력의 바탕이 되는 이해력이 부족한 게 문제였어요.”

현 양은 우선 많은 문제를 풀기보단 ‘한 문제를 풀더라도 100% 이해한 뒤 넘어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암기할 내용을 일률적으로 써 넣었던 암기노트도 학습내용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국어노트를 예로 들면, 소설작품을 배운 뒤엔 ‘단원명-글의 주제 및 특성-작가의 시점-주요 사건’ 식으로 학습내용을 정리했다. 문제집을 풀다 새로 알게 된 내용이 있으면 그때그때 노트에 추가했다. 공부를 시작할 땐 전날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고, 잘 생각나지 않는 부분은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해 두었다.

수학은 ‘기본-응용-심화’ 순으로 하루에 10∼20문제만 풀었다. 문제를 풀 때마다 수학노트엔 △공식의 증명과정 △문제와 풀이과정 △1, 2학년 때 배운 관련 공식을 차례로 정리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바로 해답지를 보던 습관도 버렸다.

풀리지 않은 문제는 1시간 간격으로 두 번 더 풀어봤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을 때는 해답지를 찾아 읽었다. 잠들기 전엔 그날 풀지 못했던 문제를 다시 풀며 최종 점검했다.

암기할 내용이 많은 사회와 과학은 지도와 표, 화살표 같은 기호를 사용해 노트를 정리했다. 새로 배운 어휘나 용어는 노트 하단에 별도로 정리했다. ‘축출’처럼 어려운 한자어는 ‘쫓아내다’ 같은 쉬운 우리말로 풀어 써 이해력을 높였다. 암기한 내용을 확인할 땐 자신이 선생님이 됐다고 생각하고 공부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 말해보는 방법을 썼다.

시험 준비는 3주 전부터 시작했다. 과목별 학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일 주요 과목은 반드시 1시간씩 공부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핵심내용을 먼저 공부했다. 그 다음 문제를 풀고, 보기 내용과 해답지 설명까지 자세히 읽으며 꼼꼼히 공부했다. 시험 1주 전엔 학교 기출문제 모음집을 따로 구입해 최종 점검했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반에서 12등이었던 성적은 2학기 중간고사 땐 5등으로, 기말고사 땐 3등(전교 20등)으로 올랐다. 현 양은 “과목별 노트는 내게 만점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지도’와 마찬가지였다”면서 “공부의 흐름과 우선순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70-8233-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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