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엄친아’에겐 특별한 ‘엄친’이 있어요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엄마 친구 아들은 만날 전교 1등이라는데, 넌 뭐하는 거니?”(엄마) “그런 아들을 둔 ‘엄마 친구’도 엄마랑은 다르다고!”(아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외모도 완벽한 남학생과 여학생을 각각 지칭하는 신조어 ‘엄친아’(엄마 친구아들)와 ‘엄친딸’(엄마 친구 딸). 두 단어의 등장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자녀들이 엄마에게 반격을 가한다. “엄친아 엄친딸이 되라고 강요하기 전에 엄마 스스로가 ‘엄친’(엄마 친구)의 자질을 갖춰 달라”는 것이다.

과연 엄친아 엄친딸들의 엄마, 즉 엄친에겐 남모르는 비법이 있는 걸까? 전국 최상위인 1% 내의 성적을 자랑하는 자녀를 둔 엄마 최향이(49·서울 노원구 하계동), 정은주(47·서울 서초구 반포동), 김귀주(44·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씨를 만났다. 그들은 “엄친이 되기 위한 5대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상위 1% 자녀 둔 세 엄마의 5가지 노하우

【1】‘떡잎’을 알아보라

세 엄마는 모두 자녀의 숨겨진 재능을 재빨리 파악하고 자녀에게 딱 맞는 학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아들이 세 살 때까지 한글을 깨치지 못해 병원에 갔다 왔을 정도였어요. 뇌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이었죠. 하지만 아들은 말이 늦은 게 아니라 숫자에 더 관심이 많은 거였어요.”(최향이 씨)

서울과학고 2학년인 최 씨의 아들은 올해 KAIST에 합격했다. 말문이 트이지 않아 엄마의 속을 유난히 태웠던 아들은 남보다 한 발 앞서 대학에 진학했다.

최 씨는 장난감보다 달력과 구구단표를 더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4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학공부를 하게 했다. 노파심에 한글공부만 시키기보단 잘하는 분야의 재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최 씨의 설명.

세 엄마는 단계적으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학습지로 자녀교육을 시작했다. 책으로 공부에 대한 흥미는 물론 어휘력까지 쌓도록 지도한 것도 공통점.

최 씨의 경우엔 ‘천재들의 수학노트’ ‘수학귀신’과 같은 책을 사주며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을 땐 물리, 천문, 화학 관련 책을 사주며 과학에 수학개념을 접목시켜 보도록 했다.

【2】사교육·선행학습, 선택적으로 활용하라

이들은 자녀의 실력 향상 정도에 따라, 자녀의 필요에 따라 학원을 선택적으로 이용했다.

명덕외고 2학년 아들은 둔 김귀주 씨는 아들이 어렸을 땐 뛰놀며 배우는 ‘놀이식 학원’에, 실력이 일정 수준 향상됐을 땐 에세이 쓰기능력과 어휘력, 문법실력을 쌓을 수 있는 영어전문학원을 선택했다.

학원을 자주 옮기는 ‘철새학생’을 만든 게 아니라, 아들의 실력에 따라 교육수준과 환경을 바꿔준 것이었다. 김 씨는 “아들이 집에서도 영어의 ‘감’을 잃지 않도록 영어단어 카드를 직접 만들어 주고, 영어일기도 꾸준히 쓰게 했다”며 “사교육에만 자녀의 교육을 의지한 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학습의 끈을 놓지 않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습지만으로 고등학교 수학 I, II 과정을 모두 끝낸 최 씨의 아들은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니며 선행학습을 했다.

최 씨는 “남보다 빨리 배우는 아들에겐 선행학습이 좋은 ‘약’이 됐다”며 “무조건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재능을 보이는 분야는 수준에 맞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엄마 스스로 본보기가 돼라

세 엄마의 취미는 독서다. 거실은 물론 자녀의 공부방이 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도 똑같다. 자녀들이 4, 5세부터 독서삼매경에 빠진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올해 입학하는 정은주 씨의 딸은 초등학교 때까지 엄마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정 씨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 시장에 갈 때도 딸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해줬다.

딸이 4세 때 한우리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을 딴 정 씨는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연구모임에 갈 때도 늘 딸을 데리고 다녔다.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던 딸은 어느 날부터 엄마를 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딸이 스스로 책을 펼쳐 든 것도 이때부터다.

정 씨는 딸과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켰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으면 인형 옷 하나를 사준다’는 약속까지도 철저히 지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정 씨의 딸은 자신이 할 일은 반드시 끝마치는 습관을 들였다.

정 씨는 “자녀와의 약속을 부모가 먼저 철저히 지키면 자녀 또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4】자녀 인생의 멘터(mentor)가 돼라

학원을 선택할 때, 책을 고를 때, 방학 때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자녀들은 고민거리나 상의할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보다 엄마를 먼저 찾았다. 세 엄마는 자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나 진로 문제로 방황할 때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었다.

김 씨는 민족사관고 선발시험에서 탈락해 좌절해 있는 아들을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값진 경험을 했다”는 말로 실패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외국어고’라는 다른 길을 제시해 보여줬다.

모의고사만 보면 전국 상위 0.1% 안에 드는 아들은 쓰라린 첫 실패의 경험을 통해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으로 변했다. 김 씨는 아들에게 사춘기가 찾아왔을 때도 “사랑한다” “잘 할 거라 믿는다” “파이팅” 같은 휴대전화 문자를 메시지로 보내며 신뢰를 보여줬다.

【5】답을 스스로 찾게 하라

자녀가 올바른 학습습관을 갖도록 지도할 때도 규칙이 있었다. 매일 일정량을 정해진 시간에 하도록 하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 것. 자녀가 문제를 다 푼 뒤엔 반드시 채점을 해주고, 틀린 문제나 어려운 문제는 다시 풀어보도록 시간을 충분히 준 것도 세 엄마의 공통점이다.

최 씨는 “정말 어려워하는 문제가 있을 땐 해답지의 첫 번째 줄을 보여주고, 그래도 어려워하면 두 번째, 세 번째 줄을 보여주는 식으로 힌트만 줬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탄탄한 기본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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