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싱가포르 유학의 A to Z (상)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서울과 비슷한 면적에, 서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450만 명이 사는 도시국가 싱가포르. 이 작은 섬나라는 일찍부터 ‘인재’가 유일한 자원임을 깨닫고 교육에 투자를 해왔다. 싱가포르는 교육 수준이 높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7∼2008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 ‘교육시스템의 질(質)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싱가포르 유학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영어(공용어)와 중국어 등 2개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우수한 공교육 시스템을 갖췄다는 장점까지 더해진다. 안전한 치안과 깨끗한 환경도 엄마들로서는 크게 안심되는 부분. 싱가포르 관광청, 현지 학교, 학원으로부터 들은 ‘싱가포르 유학 A-to-Z’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한국 학생들이 선택하는 싱가포르 유학은 크게 공립학교 진학과 국제학교 진학의 두 가지. 각 학교에 다니는 현지 유학생들을 만났다.》

“학교공부에 충실하면 한국과 달리 좋은 고교 얼마든지 갈수있어요”

○ 영어·중국어 교육과 철저한 능력별 수업: 공립학교

김수민(14), 이목정(13) 양은 탄종 까똥 초등학교(Tanjong Katong Primary School) 6학년 중 전교 10등 안에 드는 수재들이다.

이 양의 가족은 2002년에 싱가포르로 이민을 왔다.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배울 수 있는 싱가포르 교육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의 75%가량이 중국인이고, 인도인 말레이시아인 유라시아인 등이 나머지를 이룬다. 영어를 공용어로 배우고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모국어를 하나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다닌 이 양은 영어, 중국어를 또래 싱가포르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구사한다.

김 양은 자기 나이보다 2학년을 낮춰 싱가포르 공립학교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영어와 중국어에 약해서 1, 2학년을 다운(down)시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김 양은 “엄마는 학년을 낮추지 않아도 되는 국제학교에 가자고 설득했지만, 내가 공립학교에 오고 싶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고 말했다.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보다 학생들의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고민성 군(15)은 장로교고등학교(Presbyterian High School·국내 중학교에 해당) 2학년이다. 고 군은 “한국에서처럼 밤 12시까지 학원에 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하지 않아도 학교 공부에만 충실하면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웃었다.

고 군은 오전 7시 20분에 등교해서 오전 8시∼오후 2시 학교수업을 듣는다. 학교수업 외에는 매주 화요일에 듣는 일본어 수업이 전부다. 일본어 수업도 국가에서 랭귀지 센터를 두고 하는 무료 수업이라 책값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못한다. 싱가포르 교육의 특징은 소위 ‘스트림(stream·우열반)’을 철저하게 분류해서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 중학교는 4년 만에 끝내는 ‘고속(Express) 과정’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공부를 못하면 5년 만에 끝내는 ‘일반(Normal) 과정’에 가서 1년을 버리게 된다. 낙오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고 군은 고속 과정 중에서도 전교 9등을 하는 최상위권이다. 그 덕분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장학생반(Scholar Class)’에 들어가 일주일에 하루는 학교에서 3학년 수학, 과학 과정을 선행학습하고 있다.

싱가포르 공립학교에 들어가려면 싱가포르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공립학교 입학시험인 ‘AEIS’를 치러야 하는데,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한번에 붙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사립학교나 현지 학원에 다니며 최소 6개월∼1년 공립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일단 사립학교에 1년 다니면서 집에서 과외를 받아 공립학교 시험을 치르거나, 공립학교 진학 준비과정을 운영하는 SSTC 등 현지 학원에 다니며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빡빡하게 공부해 공립학교 입시를 치르는 것이다.

○ 자유로운 분위기와 국제적인 커리큘럼: 국제학교

캐나다 국제학교(Canadian International School)에 다니는 김연주(13), 채유원(14) 양은 싱가포르식 영어발음인 ‘싱글리시’가 아닌 정통 영어를 배우고 싶어 국제학교를 선택했다. 유학생활이 2년째인 채 양은 “처음엔 공립학교에 다녔는데 국제학교로 옮긴 뒤 영어가 금방 늘었다”고 말했다. 국제학교에서 운영하는 1년 단위의 ESL 과정(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위한 별도의 영어수업) 덕분이었다.

공립학교보다 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국제학교의 매력. 이마 국제학교에 다니는 백지은 양(17)은 “영국이나 미국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데, 국제학교는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을 친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했다. 백 양이 다니는 학교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비율이 반반 정도다. 국제학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학교이기 때문에 한국인이면 누구나 간단한 시험과 면접을 거쳐 들어갈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국제학교가 40개 있다. 이 중 사립재단인 화총국제학교, ACS 국제학교, 세인트 조셉 국제학교만 정원의 51%를 싱가포르 학생으로 채우고 나머지 학교는 모두 싱가포르 학생을 받지 않는다.

국제학교는 설립자(설립 기관)의 본국과 동일한 교과서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영미권 국제학교는 대개 주요 과목과 예체능을 균형 있게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 인성이나 특별활동 경력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 등의 입학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교복 차림새와 사고방식도 공립학교에 비해 자유롭다.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 백 양은 “자기 통제가 안 되는 학생이라면 국제학교가 안 맞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dongA.com 에 싱가포르 현지 학교 동영상과 사진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영어 무섭게 쑥쑥 … 미국-영국-캐나다 대학진학 선택 폭 활짝”▼

유학생 엄마가 본 싱가포르 교육의 강점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니까 대학 선택의 폭이 넓어요.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나면 한국 싱가포르 미국 영국 대학 가운데 아이가 직접 선택하게 하려고요.”

두 딸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어머니 이은주(41) 씨는 싱가포르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을 ‘영어’로 꼽았다. 학교수업과 일상생활이 모두 공용어인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싱가포르 유학을 미국 대학 진학의 ‘디딤돌(Stepping-stone)’로 여기는 엄마가 많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인종차별이 없어서 현지 학생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언어가 금방 는다.

싱가포르에 온 지 6개월 된 임진영(35)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초중고교 졸업시험에 반영되는 영어 중국어 수학 과학 등 주요과목의 학교수업에만 충실하면 예체능 등 기타 과목은 클럽활동을 통해 각자 하나 이상만 선택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우수하다는 싱가포르에도 사교육은 있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학생 개개인이 부족한 과목만을 사교육으로 보충할 뿐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서가지는 않는다는 것.

싱가포르에 온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는 이정상(37) 씨는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때 공립학교에 들어간 두 딸에게 영어 수학 과학 과외를 시켰다. 현지 수업에 잘 따라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두 딸이 모두 반에서 1등을 하는 지금은 과외를 따로 시키지 않는다. 이 씨는 “한국에서는 그리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여기 와서 오히려 물 만난 듯 공부를 잘 하니 과외를 거의 안 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학생들은 주로 영어 중국어 수학 과학 과외를 받는다. 집에 찾아와서 가르쳐주는 과목당 과외비용은 시간당 25∼100싱가포르달러(약 2만2500∼9만 원)다. 수업료를 포함한 한달 생활비는 아이가 공립에 다니느냐, 사립이나 국제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립은 6개월에 1000싱가포르달러(약 90만 원) 정도의 수업료만 내면 된다. 하지만 사립이나 국제학교의 경우 6개월에 1만 싱가포르달러(약 900만 원) 전후로 약 10배가 뛴다.

두 아이가 싱가포르 공립학교에 다닌다고 가정할 때 4인 가족 기준 한 달 생활비는 대략 5000싱가포르달러(약 450만 원) 전후. 한국 학부모들이 주로 생활하는 콘도의 한 달 대여료는 3500 싱가포르달러(약 315만 원) 정도다.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설이 좋고 깨끗한 데다 관리인이 있어 안전하고 수영장이나 헬스 시설 등도 갖춰져 있어 다수의 한국 학부모가 콘도를 빌려 생활한다. 자녀 혼자 홈 스테이를 할 경우 한 달에 1800싱가포르달러(약 162만 원) 내외가 숙식비로, 최소 300싱가포르달러(약 27만 원)가 용돈으로 지출된다.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 싱가포르 교육키워드

AEIS

(Admission Exercises for International Students)

싱가포르 교육부가 지난해 새로 만든 공립학교 입학시험. 영어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통과한 학생은 교육부에서 직접 공립학교 배치까지 해준다. 기존의 공립학교 입학시험인 PACT(Principal's Academy Certification Test)나 개별 공립학교 입학시험과 달리 학생이 일일이 학교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하다. 하지만 제한도 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만 시험을 칠 수 있고(비용은 620싱가포르 달러로 약 57만 원), 난이도가 더 높으며, 1년에 한 차례(9월, 10월 중 택1)만 치를 수 있는 것. 초등학교 2∼5학년, 중학교 1∼3학년으로만 들어갈 수 있으며, 지난해 응시자 합격률은 90%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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