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한국항공대 1학년 전용운 씨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친구들과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한동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죠.” 경기 안양시 평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에 올해 입학하는 전용운 씨(19)의 학창시절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킨다. 중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지만 차츰 성적이 떨어지더니 중3 때는 반 36명 중 30등을 전후한 수준에 이르렀다.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지내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공부하기로 결심한 전 씨. 꾸준히 향상되던 성적은 2학년이 되면서 반 1, 2등을 다툴 정도까지 됐다.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말할 때마다 연방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지금이라도 당장 공부일기를 쓰라”고 강조하는 전 씨의 공부비법을 들여다보자.》

“목표설정… 학습 점검… ‘공부일기’가 내 성적의 원동력”



○“무조건 믿어주신 부모님…”

전 씨는 초등학생 시절 공부도 곧잘 했고 반장도 도맡아 했다. 중학교 생활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첫 중간고사에서 반 1등을 차지한 것.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은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충실했던 덕분에 1학년 내내 3등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학년이 되자 변화가 생겼다.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공부가 지독히도 하기 싫었어요. PC방이나 노래방에 자주 놀러 갔죠. 물론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고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사춘기를 제대로 치른 셈. 오후 3∼4시 학교수업이 끝나면 그는 친구들을 소집했다. 주위에는 친구가 끊이질 않았다. 성격이 밝은 데다 운동 노래 등 못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호리호리한 체격과 훤칠한 외모를 가진 덕분에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오후 11시를 넘어 귀가하는 건 기본. 휴일에는 눈 뜨자마자 집을 나섰다. 그에게 집은 단지 먹고 자는 공간에 불과했다.

“학원에 가는 날은 놀아도 되는 시간이나 다름없었어요. 굳이 다른 핑계를 찾지 않아도 ‘학원 간다’면서 놀면 되니까….” 2학년 때 반 10등 안팎을 오가던 성적은 3학년이 돼서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그에게 성적표는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이만하면 부모가 야단을 치기 마련인데 전 씨의 부모는 달랐다.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는커녕 “이번에는 여자친구를 오래 사귀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또래 친구들과 달리 그는 부모와 부담 없이 얘기를 나눴다.

3학년 때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친구와 주먹질까지 해 학교 학생부에 불려가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이때 처음으로 부모에게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쭐이 났다. 두 분 모두 초등학교 교사였던 부모는 “네가 뭘 해도 괜찮지만 됨됨이를 갖춘 사람으로 크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 믿음에 부응하고 싶어서였을까.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공부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목표는 경희대 한의예과. 열심히 수업 듣고, 쉬는 시간에 바로 복습하고,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에도 빠지지 않고 공부했다. 덕분에 반 40명 중 4등을 했다. 그런데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놀러 다닌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기말고사에서 10등 밖으로 밀려났던 것.

“부모님이 저한테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닌가 싶어 서운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죠. 만약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시지 않았다면 더 비뚤어졌을지도 몰라요. 특히 무슨 얘기든 제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신 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 것 같아요.”

○ 공부일기는 성적 향상의 원동력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는 노는 것이 재밌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지켜봐 준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도 싶었다. 전 씨는 부모와 친구들을 향해 ‘휴대전화 해지’를 선포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마음이 약해질 게 분명했다.

“공부하기로 마음먹긴 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해야 할 양은 많고 시간에 쫓기니 오히려 잘 안 되더군요. 그때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공부일기를 쓰도록 하셨어요.”

“이 바쁜 와중에 공부일기라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목표를 세워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 선생님은 학생들이 제출한 일기장에 학습량이 적절한지, 과목별 시간 안배가 적절한지, 수준에 맞는 교재를 택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격려 메시지와 함께 꼼꼼히 표시했다. 전 씨는 ‘선생님이 어떤 얘기를 해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정성들여 일기를 써내려갔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낭비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두루뭉술하던 내용들은 그날의 각오, 시간대별 학습 계획, 하루 평가 등으로 채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쉬는 시간과 식사시간을 가리고 않고 틈나는 대로 공부했다. 밤 1시를 넘겨 자는 날도 많았다. 친구 2, 3명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모르는 내용을 서로 물어보면서 배운 내용은 그날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갔다. 출제 빈도가 높은 영어 단위 위주로 매일 암기시험을 보고 교과서와 문제집을 넘나들며 학습 공백을 메워갔다. 그 결과 고2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고3이 되면서 주요 과목에 집중했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취약했던 영어 독해와 문법을 보충했고, 다른 과목에 비해 많이 뒤처진 과학은 학원을 다니며 진도를 따라갔다.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공부하는 게 즐거웠다.

“공부일기는 학습 상황을 스스로 점검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1, 2년 후 나의 모습을 계속 그릴 수 있어요. 그래서 슬럼프가 찾아와도 금세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죠. 가장 중요한 건 목표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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