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강 유역 도랑 35%가 최저수질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2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 앞 도랑인 오쇠천에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주유통, 검은색 쓰레기봉지 등이 널려 있다. 도랑 바닥은 심하게 썩어 시커멓다. 부천=박영대 기자
2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 앞 도랑인 오쇠천에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주유통, 검은색 쓰레기봉지 등이 널려 있다. 도랑 바닥은 심하게 썩어 시커멓다. 부천=박영대 기자
오염원, 쓰레기-마을 오수〉축산폐수〉공장폐수順

관리는 소방청, 정비는 지자체… 책임소재 불분명

복원계획 세워도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추진 안돼

■ 환경부 159곳 첫 조사

2일 오전 10시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 앞 오쇠천. 도랑(소하천)에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주유통, 달걀판 등이 둥둥 떠다녔다. 악취가 진동했다. 도랑 바닥은 쓰레기 등으로 심하게 부패했다. 쓰레기가 담긴 검은색 봉지도 주위에 널렸다.

김형숙 덕산초등학교 교장은 “대장분교 일대는 부천에서 비교적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지역인데도 하천 관리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며 “친환경 교육을 시킬 때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랑변에는 고철폐기물 처리업체와 애완견훈련소, 콩나물재배업체도 있었다. 생활쓰레기가 자연스럽게 오쇠천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오쇠천은 대두둑천과 만나고 대두둑천은 한강과 합류한다.

이 마을 토박이 주민 전상태(71) 씨는 “인근 군부대 생활쓰레기와 콩나물 재배업체 쓰레기 등이 뒤섞여 오쇠천이 갈수록 오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 쓰레기·생활폐수가 도랑 오염 주범

환경부는 지난해 9∼12월 한강(46곳) 낙동강(40곳) 금강(41곳) 영산·섬진강(32곳) 등 5대강 유역 도랑 159곳의 수질을 조사했다. 전국적인 도랑의 수질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수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9곳 가운데 35.2%(56곳)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부유물질량(SS), 총인(T-P·독성이 있는 질소족 원소 가운데 하나인 인·燐을 말함) 등 네 가지 항목 중 한 가지 이상에서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하천 수질 7단계 중 최저(공업용수 3급) 기준치를 웃돌았다.

공업용수 3급은 특수한 방법으로 물을 걸러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더러운 물이다. BOD는 19.4%(31곳), COD 23.8%(38곳), SS 4.4%(7곳), T-P 16.9%(27곳)로 기준치를 넘었다.

오염된 물이 깨끗해지려면 산소가 많이 필요해서 BOD와 COD 등의 수치가 올라간다. SS와 T-P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탁하다는 증거다.

한강 유역인 서울 강서구 오쇠동의 한 도랑에선 환경부의 COD 최저기준치인 L당 12mg을 18배 웃도는 225mg이 검출됐다.

우리나라의 도랑은 농어촌에서 마을의 하수구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아 오염되고 있다. 그러나 도랑물은 하천, 댐, 지하수 등에 흘러들어 식수로 사용되기도 한다. 도랑에 있는 오염물질은 홍수가 나면 하류로 떠내려 와 댐이나 저수지에 녹조를 만든다.

환경부가 밝힌 도랑 159곳의 오염원은 쓰레기(63곳), 마을오수(63곳), 축산폐수(17곳), 공장폐수(3곳), 기타(13곳) 등이었다.

한강과 금강 유역 도랑에선 쓰레기에 따른 오염이 각각 52%와 67%로 주된 오염원이었다. 농촌 지역인 낙동강과 섬진·영산강 유역은 마을에서 버린 생활하수로 오염되는 사례가 각각 52%와 66%로 많았다.

○ 등록 안된 이름 없는 도랑도 많아

국내 하천은 규모와 중요성 등에 따라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소하천 등으로 나뉜다. 한강, 낙동강 등 84개 하천은 국가하천으로 분류돼 국토해양부가 관리한다. 62곳의 지방 1급 하천은 광역자치단체, 지방 2급 하천 3839곳은 시군구가 관리한다.

소방방채청의 자료(2006년)에 따르면 도랑은 2만2548곳으로 기록돼 있다.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뺀 나머지 하천이 모두 도랑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모든 도랑이 등록된 것은 아니다.

환경시민단체인 물포럼코리아 이현주 간사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정확한 도랑 실태를 파악하지 않아 등록이 안 된 이름 없는 도랑도 많다”고 말했다.

도랑 관리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도랑 관리 총괄은 소방방재청이 맡았지만 실제 하천 정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소방방재청은 “도랑 정비는 수질이 아니라 방재를 목적으로 이뤄진다”며 “지자체가 재해율 등을 따져 도랑 정비 계획을 세우면 사업비를 배정해 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수질 관리는 환경부 소관이다. 그러나 도랑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랑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쇠천은 부천시가 2007년부터 자연친화적 하천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생활하수의 유입을 막고 그 대신 하수 유입로, 어류 서식처 등을 만들어 자연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도랑의 총연장은 35.815km, 미정비 구간은 22.548km에 이른다. 정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