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사랑의 곳간 ’푸드마켓’ 가득 찼으면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2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도봉푸드마켓에서 한 이용자가 물품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회원이 된 사람은 푸드마켓에서 한 달에 한 번 4, 5개 품목의 식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대학생 인턴기자 박승현(성균관대 영상학과 4학년) 씨
2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도봉푸드마켓에서 한 이용자가 물품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회원이 된 사람은 푸드마켓에서 한 달에 한 번 4, 5개 품목의 식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대학생 인턴기자 박승현(성균관대 영상학과 4학년) 씨
생필품 기부받아 진열… 저소득층이 가져가

기부액 늘다가 불황에 크게 줄며 ‘공급부족’

서울 도봉구 창동 창동역사 1층에 있는 도봉푸드마켓에는 매달 15일을 전후해 한 익명의 독지가가 보낸 쌀 3t과 라면 300박스가 배달된다.

이 독지가는 도봉푸드마켓 개장 직후인 2004년 2월 쌀 500kg과 라면 50박스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점점 기부 물품을 늘려가고 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15일의 천사’로만 통한다.

15일의 천사처럼 푸드마켓에 후원금을 내거나 물품을 기부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푸드마켓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고 있다.

○ 매달 초순 푸드마켓은 ‘성황’

2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농수산물시장 안에 있는 마포푸드마켓. 지팡이를 짚고 배낭을 짊어진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조모(71·망원동) 할머니는 “나같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더 없이 고마운 곳이다. 한 달에 2만 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며 휴지와 세제를 집어 들었다.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모(44·성산동) 씨도 쌀과 고추장, 햄 등을 골랐다.

푸드마켓은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식품이나 생활필수품을 기증받아 매장에 진열하면 이용자들이 가게를 찾아와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는 일종의 슈퍼마켓이다. 대다수 푸드마켓이 무료로 물품을 제공하고, 일부는 최소한의 돈만 받는다.

남는 음식을 모아 사회복지시설 등에 한꺼번에 나눠주는 푸드뱅크보다 한발 앞선 시스템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홀몸노인이나 모자가정, 소년소녀가장 등이 각 자치구 내 푸드마켓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 이용할 수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4, 5개 품목을 고를 수 있다. 이날처럼 물건이 들어오는 매달 초순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 기부액 늘지만 수요는 더욱 늘어

2003년 서울시내에서 처음 문을 연 푸드마켓은 이달 중 강남구와 관악구에 문을 열면 25개 모든 자치구에 설치된다.

기부액이나 기부 물품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3년 2억9000만 원에 불과했던 기탁 실적은 2007년 20억 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35억2700만 원을 기록했다. 이용 회원도 2007년 2만1462명에서 지난해 2만482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서울시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가 20만 명 정도이고, 결식아동이 4만5000명임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 불어닥친 경기 불황의 여파로 올해는 전에 없이 기부가 줄어들었다. 곽은철 도봉푸드마켓 소장은 “올해 설에는 유독 기탁이 없었다”며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중소업체를 찾고 있지만 다들 어려워서인지 100곳 중 한 곳 정도만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 음식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하세요

성동푸드마켓이나 마포푸드마켓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각 커피숍과 중고물품 판매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좀 더 많은 물품을 사기 위해서다. 또 이용자들에게 시중 가격의 10% 정도 가격으로 유상 판매한다.

이정삼 성동푸드마켓 점장은 “무상으로 계속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드마켓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기부가 늘어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부나 자원봉사를 원하는 사람은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02-786-1377)나 각 자치구 내 푸드마켓으로 연락하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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