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전담 변호사’ 인기몰이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공익 기여 뿌듯함에 보수도 웬만한 로펌 수준”

197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금병태(56·사법연수원 9기) 변호사는 서울지검 검사로 일한 뒤 1983년 대구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대구시의회 의원을 거쳐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총장까지 지낸 그는 최근 제2의 변호사 인생에 도전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국선변호 사건만을 맡는 ‘국선전담 변호사’에 지원한 것.

26년차 베테랑 변호사인 그는 까마득한 후배 법조인들 앞에서 면접을 보는 게 쑥스러웠다. 40명 선발에 178명의 쟁쟁한 변호사가 몰려 긴장도 됐다. 그는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미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그동안 쌓은 변호사 경험이 헛되지 않게 일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일 금 변호사를 비롯해 40명의 국선전담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법원행정처 손철우 형사정책심의관은 “국선전담 변호사의 위상과 역할이 커지면서 실력파 변호사가 대거 지원해 올해 선발 경쟁률이 4.5 대 1로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국선전담 변호사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선변호 사건이 해마다 늘고, 처우가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국선전담 변호사를 시범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04년 9월. 변호사들이 보수가 적은 국선변호 사건에 불성실하게 변론을 한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부터다. 시범 실시 이후 반응이 좋자 대법원은 2006년 3월부터 전국 18개 지방법원으로 확대했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국선전담 변호의 혜택을 받은 형사피고인 수는 2005년 3만1153명에서 지난해에는 4만6693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피고인 4명 중 1명꼴이다.

전국 국선전담 변호사는 이번에 뽑힌 40명을 포함해 올해 모두 121명이 활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2년 계약에 800만 원의 월급을 받아 웬만한 로펌(법률회사)의 초임 월급과 비슷하다. 게다가 대법원은 피고인 접견비나 재판기록 복사비 등 실비를 따로 지급하고 법원 안팎에 전용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늘리고 했다.

지난해 초부터는 국선 변호인이 변론을 맡은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기본 보수액의 100% 범위 안에서 성공보수를 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사건 부담도 줄였다. 1인당 월평균 수임 사건이 2006년 40건 안팎에서 올해는 1인당 적정 수임 사건을 25건으로 제한했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국선전담 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딘 정서희(28·여·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는 “갈수록 업계 불황이 깊어지면서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고 대우도 안정적이어서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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