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끝에 순직한 자이툰 전우, 그이름은 ‘군견’

  • 입력 2009년 1월 15일 18시 33분


2007년 11월 말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부대 정문 앞 검문소.

'모나드'라는 이름의 폭발물탐지견 1마리가 외부차량과 인원의 검문검색 도중 근처에 출현한 들개 떼를 쫓다 실종됐다. 실종직후 2시간 만에 모나드는 주둔지 인근 초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용맹한 군견이었지만 들개 떼의 무자비한 공격을 당해낼 수 없었던 것.

당시 부대 측은 헌병 참관 하에 수의군의관의 검시(檢屍)를 거쳐 상부에 사망보고서를 제출했고, 모나드는 순직 처리됐다.

4년 3개월의 자이툰부대 파병기간 동안 모나드를 비롯한 군견은 3마리씩 6개월간 파병돼 평화재건임무에 동참했다.

이처럼 군견은 해외파병은 물론 최전방 철책경계, VIP 경호임무까지 당당한 '안보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군견은 모두 육군 소속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한국군 '군견 1호'는 공군 출신이다. 공군은 1954년 3월 수원기지에 주둔하던 미 공군 제58전폭대에서 10마리를 인수해 최초로 군견을 운용했다.

경남 진주시의 공군교육사령부 예하 행정학교 군견훈육중대는 육군의 제1군견훈련소와 함께 대표적인 군견 양성기관이다.

현재 공군은 예하 비행단과 기지에 셰퍼드와 리트리버 등 2종, 총 460여 마리의 군견을 운용 중이다. 모두 군견훈육중대에서 출생해 1년간의 양성 및 훈련과정을 거쳐 배치됐다.

14일 낮 경남 사천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 내 군견소대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군견 20여 마리가 맹훈련을 하고 있었다.

견공(犬公)들은 훈육병의 명령에 따라 불이 활활 타오르는 장애물을 가뿐히 통과하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적을 사납게 공격하며, 격납고를 경계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맡은 임무를 소화했다.

이 소대의 '조커'(셰퍼드, 4살)는 지난해 공군 최고군견인 '탑독'(Top Dog)에 선정되기도 했다. 훈육병인 김성훈 병장은 "조커는 충성심과 대담성, 훈련수행능력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자질을 갖춰 함께 기지 순찰임무를 할 때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육군 군견은 적을 쫓아 공격하고 숨은 적을 찾는 수색견이 많지만 공군 군견은 기지 내 전투기와 레이더 등 고가장비를 지키고 침입한 적을 저지하는 순찰 경비견이 주류다.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1986년 9월 김포공항 폭탄테러 이후 폭발물탐지견도 양성되기 시작했다. 각 비행단에 두세 마리의 폭발물탐지견을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공군에선 탐지견 양성 훈련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6년간 공군 군견 양성을 맡아온 김성진(5급) 훈련교관은 "탐지견들은 폭발물처리반(EOD)을 도와 불발탄 제거현장에 투입되거나 대통령 전용기와 국내외 VIP가 참석하는 행사장 검색 등 경호임무에 일익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군견에게도 계급이 있을까? 계급은 없다. 하지만 출생부터 사망할 때까지 고유 견번(犬番)을 부여받는다.

예전엔 이름, 공적을 담은 묘비와 함께 군견묘지가 운영됐지만 지금은 관련 규정에 따라 8살(사람 나이로 65세) 이상으로 능력을 상실한 군견은 안락사 시키거나 대학 수의과에 학술용으로 기증된다.

부대 관계자들은 "살아선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죽어선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견공들의 삶을 보며 장병들도 많은 교훈을 얻는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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