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日여행때 먹던 그맛이네”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3분


일본의 대형 외식 체인점들이 한국의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삼아 속속 서울에 입성하고 있다. 일본 이자카야(선술집)를 그대로 들여온 가츠라의 실내 전경. 이훈구 기자
일본의 대형 외식 체인점들이 한국의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삼아 속속 서울에 입성하고 있다. 일본 이자카야(선술집)를 그대로 들여온 가츠라의 실내 전경. 이훈구 기자
일본 음식 체인점 국내 매장수 늘려 인기몰이

日서 수십∼수백년 전통 자랑

“한국시장 경제성 높아 선호”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12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본음식점 가츠라(かつら·계수나무) 선릉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들이 입을 모아 일본말로 인사를 했다. 월요일 저녁이었지만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실내는 일본의 이자카야(선술집)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 손을 든 일본의 전통 고양이 인형이 서 있었고, 한 쪽 벽은 수십 병의 사케(일본 전통술)로 장식되어 있었다. 가수 히라이 겐(平井堅)의 발라드가 흐르는 가운데 TV에서는 일본 방송이 나왔다.

가츠라는 370년의 사케 주조 역사를 가진 일본 겟케이칸(月桂冠)이 교토에서 처음 만든 일본음식점이다. 현재 일본 내에 200여 개 지점이 있다.

한국월계관은 이 집을 그대로 본떠 2000년 서울 명동에 처음 가게를 열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체인점이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서울에만 17개 업소가 성업 중이다.

가츠라처럼 일본 전통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일본 음식 체인점들이 서울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라멘이나 사케 등 일본 음식은 몇 해 전부터 유행해 왔지만 대부분은 정통 일본식이 아니라 일본풍(風)의 가게들이었다. 또 주인과 프랜차이즈가 모두 한국에 기반을 둔 토종 브랜드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본의 대형 외식브랜드가 자기 상표를 갖고 들어와 직접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주재료는 모두 일본에서 직접 공수되며, 일본 본사에서 메뉴 개발과 맛 관리 등을 꾸준히 해 준다.

라멘이나 오뎅에 머물던 음식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만 1100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카레 체인점인 코코이찌방야는 농심과 합작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강남과 종로에 문을 열었다.

‘여기가 최고의 집’이라는 의미의 코코이찌방야는 1978년 일본 나고야에서 처음 문을 연 30년 전통의 카레 전문점이다.

입맛에 따라 10가지의 매운맛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밥 양을 줄이면 500원 할인해 주는 것도 특이하다. 올해 안에 새 점포를 3, 4개 더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전통 부침개인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만 전문으로 하는 후게츠(風月)도 2007년 홍대점에 이어 지난해 말 명동에 2호점을 냈다.

일본에서만 100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후게츠는 60여 년 전 일본 오사카에서 처음 문을 연 전통 있는 가게다. 후게츠 역시 대대적인 점포 수 확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형 음식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에 입성하는 것은 일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는 젊은 층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어릴 때부터 일본 문화를 접해온 20, 30대 젊은이들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독특한 일본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경제성을 확신한 일본 업체들도 직접 한국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가츠라 선릉점의 이향란 대표는 “일본과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일본에서 먹었던 맛을 찾는 젊은이들이 우리 가게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츠라 관계자는 “경제 불황 속에서도 체인점들은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며 “창업 상담을 하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문의를 해 온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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