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태료 무서워” 도망간 꽁초들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서울시 ‘담배꽁초 무단투기와의 전쟁’ 2년

적발땐 최고 5만원 부과

투기 개수 3분의 1 이하로

한해 단속비용 45억원

과태료로 90억원 거둬

“좋은 하루 되세요.” “댁 같으면 좋은 하루가 되겠어요?”

올해 서울시내 곳곳에서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반원과 무단투기자 사이에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다.

요즘 단속반원들은 단속 후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무심결에 담배꽁초를 버렸다가 몇만 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담배꽁초 무단투기와의 전쟁을 벌인 지 2년. 강도 높은 단속이 이어지면서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담당 직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25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올해 11월 현재 20만985건의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적발돼 90억438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난해 단속 건수는 20만1247건, 과태료는 85억3132만 원이었다.

올해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쓰인 돈은 31억9387만 원으로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내년에는 45억3081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근절할 방침이다.

○ 단속 전담 요원 배치가 주효

올해 5월 중구 명동에서는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담배꽁초를 버리다 걸린 두 젊은이가 도망을 쳤고, 단속반원들이 이들을 뒤쫓은 것. 완장을 찬 단속반원들이 이들을 붙잡자 주변의 시민들은 범죄자를 체포한 줄 알고 박수를 보냈다.

이 같은 일은 2007년부터 각 구청이 전담 단속 요원을 배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다.

2006년 한 해 동안 단속은 7550건(4억1797만 원)에 불과했다. 단속은 주로 구청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2007년부터 강남구가 처음으로 단속 전담요원을 38명 채용했다. 이후 은평구 30명, 용산구와 종로구는 각각 20명과 18명을 뽑는 등 각 구청이 앞 다퉈 전담 요원을 선발했다. 현재 서울시내 담배꽁초 단속 전담 인원은 180명이나 된다.

대대적인 담배꽁초와의 전쟁 결과 ‘표준지 담배꽁초 실측 개수’는 11월 처음으로 19개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강남역 주변 등 자치구마다 가장 번잡한 거리 50m를 표준지로 정해 매월 한 차례 현장 실측을 실시한다. 그 평균을 낸 것이 실측 개수다.

2007년 5월에는 무려 70개였으나 그해 9월 40개로 줄었고, 올해 1월 27개로 감소한 뒤 줄곧 20개를 약간 넘었다.

○ 5만 원짜리 담배, 아직도 피우십니까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단속 건수(6만3268건)와 과태료 부과 액수(31억6300만 원)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용산구(10억3200만 원) 종로구(8억100만 원) 중구(7억8100만 원) 순으로 부과액이 많았다.

위의 4개 구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다가 적발되면 5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과태료는 구별 조례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구의 과태료는 3만 원이고, 동작구만 2만5000원이다.

단속 전담 요원인 오명훈 씨는 “경기도 어려운데 일용직 노동자들을 단속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과태료를 좀 내리든지, 아니면 싱가포르처럼 몇십만 원씩 부과해 아예 버릴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담배꽁초 무단투기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시민 96.3%가 단속 강화에 공감하고, 92.9%가 단속이 쾌적한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함에 따라 단속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흡연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현재 3600개인 가로 휴지통을 7600개로 늘리고, 단속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휴대용 재떨이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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