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새 ‘슴새’ 이동경로 비밀 푼다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6분


두달 전 위성추적장치 부착한 5마리 홍도서 날려보내

3마리 濠-보르네오서 월동 확인… 2마리는 신호 끊겨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해양조류이자 여름철새인 ‘슴새(Streaked Shearwater)’는 어디서 겨울을 날까.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지에서 슴새가 발견되는 것으로 미뤄 지금까지는 이 지역 등에서 겨울을 나고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위치 추적으로 한국에서 번식하는 슴새가 어디서 겨울을 나는지, 언제쯤 이동을 시작하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이동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철새연구센터는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슴새 5마리에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와 이동시기, 월동지역 등을 추적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 위성추적기 대당 가격은 400만 원

위성추적기를 이용한 방법은 철새에 위치를 알려주는 소형 발신기를 달아 인공위성을 이용해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다. 새의 발목에 주소와 번호가 적힌 표지를 부착하는 기존의 가락지 부착 조사법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게다가 발신기 고장이나 새의 죽음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신호가 끊겨 추적이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위성 추적 방법은 철새의 이동경로와 중간 기착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락지 부착법으로는 알아내기 어려운 추적 종의 이동 속도, 고도, 행동 유형, 번식 및 월동지에서의 서식 패턴 등 매우 정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추적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무게. 새의 이동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충분히 가벼워야 한다. 위성 추적을 처음 실시한 1970년대에 생산된 추적기는 5kg에 달해 곰을 대상으로 쓰였다. 지금은 가장 가벼운 추적기가 6.5g에 불과할 만큼 경량화가 이뤄졌다.

철새연구센터에서 슴새에 부착한 추적기는 16g으로 멜빵 모양의 끈을 달아 새가 가방을 메듯이 등에 부착했다. 이 추적기가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고 축적된 자료는 프랑스의 아고스시스템을 거쳐 분석된 뒤 인터넷을 통해 철새연구센터로 보내진다.

이 추적기의 대당 가격은 400만 원. 여기에 위성 사용료가 대당 하루 2만 원 정도에 달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채희영 철새연구센터장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위성 추적 방식은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정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내년 여름까지 1년 주기로 경로 추적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에 위치한 철새연구센터는 10월 1일 인근에 있는 칠발도에서 포획한 슴새 5마리에 추적기를 부착해 날려 보냈고 현재 3마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철새연구센터는 “2마리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으로, 1마리는 호주 북부에서 월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 쪽으로 이동했던 슴새 1마리는 10월 30일, 태평양 쪽으로 이동했던 1마리는 12월 1일 신호가 끊겨 추적이 중단됐다. 철새연구센터는 신호의 주기가 일정치 않았던 것으로 미뤄 추적기의 이상으로 신호가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철새연구센터는 추적기를 달아 날려 보낸 슴새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년 여름까지 1년을 주기로 이동경로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파악한 슴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슴새 보호 대책 수립 등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철새연구센터 홍길표 부팀장은 “슴새가 국제적으로 감소 추세이고 번식력이 약해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며 “새만금이 파괴되면서 호주의 도요새가 급감한 것을 볼 때 철새 보호대책은 국제적 협조가 필요하고 위성 추적 등을 이용한 이동경로의 파악은 철새 보호 등을 위해 기본적인 자료”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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