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서 드러난 학원가 소득 탈루 백태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초과 수강료는 차명계좌로 챙겨

기숙형 학원 식자재 비용 허위신고

수강료外 교재비는 아예 신고 누락

수강생 명부등 과세 근거자료 폐기

서울에서 유명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정모(42) 씨는 수강료를 2가지 경로로 받아왔다. 교육청이 정한 수강료 한도만큼은 신용카드로 결제토록 하고, 한도 초과분은 정 씨가 지정한 계좌에 입금토록 한 것.

정 씨는 수강료를 법정 한도보다 많이 받는다는 점을 숨기기 위해 강사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지출로 잡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덕분에 학원의 총매출과 지출의 균형이 자연스러워졌고 세무당국은 한참 동안 탈루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서울의 한 입시학원은 수강생 명부, 수강증 발급현황 등 과세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모두 폐기해버렸다. 세무당국이 매출액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 국세청이 이 학원 관리이사의 컴퓨터에 보관된 수강료 수납분 집계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조사가 미궁에 빠질 뻔했다.

국세청은 8월 21일부터 2개월여에 걸쳐 실시한 ‘고소득 자영업자 대상 8차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설 학원의 탈루가 특히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30일 밝혔다.

학원들은 △수강료를 차명계좌로 수령 △비용 부풀리기 △교재비 수입 누락 △수강생 명부 폐기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최모(45) 씨는 교육청에 18만∼36만 원의 수강료를 받는다고 신고해놓고 실제로는 50만∼65만 원을 받았다. 신고 수준을 넘는 수강료는 장인이나 처제 명의의 계좌로 받았다.

국세청은 63억 원의 탈루 소득을 적발해 16억 원의 소득세를 추징하고 최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모(44) 씨는 수강생들이 먹고 자는 기숙사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면서 쓰지 않은 돈 8억 원을 식자재비로 썼다고 신고했다. 이렇게 비용을 부풀리고 소득은 감추는 수법으로 마련한 돈으로 배우자 명의로 단독주택 2채와 아파트 2채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입편입 학원과 출판회사를 함께 갖고 있는 이모(55) 씨는 학원 수강료 34억 원과 편입교재비 45억 원을 누락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처럼 학원의 다양한 탈세 양상이 새로 확인됨에 따라 국세청은 본격적인 학원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8일부터 학원사업자 한의원 피부과의원 등 147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2005년 12월부터 시작한 고소득 자영업자 대상 세무조사의 일환으로 이번이 9번째이지만 전체 조사 대상(147명) 가운데 60∼70명이 학원사업자라는 점이 특징이다.

세무조사를 받는 학원 중에는 전국망을 갖춘 프랜차이즈 형태의 학원과 외국계 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유명 학원도 포함돼 있다. 거액의 보수를 받는 일부 스타강사도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이현동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조사 결과 소득 탈루율이 44.6%로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성실신고체계가 확립될 때까지 불성실 신고업종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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