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미대입시’ 학원가도 얽혔나

  • 입력 2008년 11월 21일 21시 54분


2008학년도 홍익대 미대 입시 비리로 현직 교수 2명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익대는 물론 미대 입시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학교 측에 입시 비리 문제를 처음 고발한 홍익대 미대 김승연 교수가 21일 "입시과정에서의 비리는 고질적이다"며 "나도 학부모 입시 부탁과 함께 건넨 돈 가방을 길에서 뿌리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문제점을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입시 비리는 물증이 없어 전문 수사기관이 아니면 (조사가) 힘들다"며 "징계 수위는 (징계를 받은) 교수 본인들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미대 입시에서 고질적으로 사용되는 수법으로 △정물화의 경우 출제 정물을 미리 알려주는 방법 △특정한 표시나 특정한 구도를 알려주고 그리게 하는 방법 △채점 때 채점 교수들끼리 눈짓과 귓속말로 특정 학생의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가 학교에 고발한 7인의 교수 가운데 한 사람인 A 교수는 "김 교수가 다른 교수들도 부정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 부정이 쉽게 개입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09학년도 입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미대 입시생들과 학원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홍익대 인근 미술학원가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정모(17·여) 양은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만으로 명문대에 가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도는 게 사실인 것 같아 허탈하다"며 "학원비, 재료비 대기에도 벅찬 나 같은 학생들에게 입시 비리는 정말 맥 빠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홍익대의 자체 조사과정에서 한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학원 수강료의 60%만 내고 다닌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학교 측에 "학교 후배인 원장이 학원비를 받지 않으려 해 그것만 낸 것"이라며 "대신 작품 2점을 학원 측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D 미술학원의 이모 원장은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합격시켜야 학원생이 몰리기 때문에 교수와 학원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미대 입시를 둘러싼 각종 소문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대 미대의 한 교수는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곤 하는 입시 비리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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