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법원 갈등 위험 수위… 무슨일 있기에?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법관 평가 실시” “평가능력 있나”

변호사회장 “편파재판” 항의에 “지나친 간섭” 비판도

11일 서울 모 법원의 민사재판 법정.

A건설사(피고)가 예식장을 짓다 인부 3명이 사고로 숨지자 예식장 사장(원고)이 A건설사를 상대로 “예식장 영업 손실을 물어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재판이 진행됐다.

피고와 원고 측이 대립하는 일반 민사재판과 달리 이 재판은 시작부터 재판장과 원고 측이 날카롭게 맞섰다.

원고 측은 “변론준비기일 때 손실액 감정을 신청했는데 재판장이 ‘돈이 썩어 나냐’는 막말과 함께 신청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권유였지 강압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원고 측은 ‘편파적인 재판부를 바꿔 달라’고 이미 기피신청을 낸 상황.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갈등은 극에 달했다.

재판 당사자들은 “재판 과정을 녹음해 놨다”고 고함을 쳤다. 법정 녹음은 엄연한 불법행위로 재판은 난장판이 됐다.

급기야 원고 측은 재판장과 피고 측의 변호사가 ‘특수관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둘이 대학은 물론 사법연수원 동기 동창이며 판사 생활을 같이한 27년 지기라는 것.

이런 의혹을 접한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법원장을 찾아가 재판 진행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법정 싸움이 법원과 변호사회의 대립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 이 사건 재판은 17일 원고 측의 패소로 판결났다.

하 회장은 최근 서울고법의 다른 사건 재판에 대해서도 ‘편파 재판’이라며 서울고법원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변호사회 회장이 개별 사건의 재판 문제로 법원장을 찾아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간섭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 회장은 “이런 변론권 침해를 막기 위해 ‘법관 평가제도’를 만들었고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관 평가제도’란 변호사들이 1년에 두 차례씩 모든 판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에 알려 ‘불량 판사’를 가려내겠다는 것. △판사의 지식 △태도 △품성 △공정성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실시하고 있다.

법원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법원 관계자는 “의견을 내는 것은 자유지만 변호사가 판사를 평가할 만큼 도덕성과 능력에 자신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변호사들이 개별 판사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평가가 되겠느냐”며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재판의 독립을 크게 해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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