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작년 ‘최악 대기오염’ 열흘 있었다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전체-일부지역 1시간 이상 ‘위험’ 상태… 환자 응급조치 필요 수준

대기오염도 ‘위험’ 10일, ‘매우 나쁨’ 31일….

지난해 서울의 대기오염 성적표다.

환경부는 2006년 9월부터 전국 62개 시군에 설치된 227개 측정소의 대기환경 관련 자료를 실시간으로 취합한 통합대기환경지수(CAI)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통합대기환경지수는 5가지 대기오염물질(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미세먼지)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체감 오염도를 반영해 ‘좋음(A)’ ‘보통(B)’ ‘민감군 영향(C)’ ‘나쁨(D)’ ‘매우 나쁨(E)’ ‘위험(F)’ 등 6단계로 분류했다.

대기오염도에 따른 인체 위해성과 대기환경기준을 고려해 개발된 통합대기환경지수는 기존의 대기오염 표시 방법이 오염 정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기존에는 미세먼지는 μg/m³, 오존이나 일산화탄소 등은 ppm 단위의 수치로만 표시해 보통 사람들이 대기오염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기 어려웠다.

○ 인체영향 등 반영 6단계 분류

환경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실시간 공개시스템(www.airkorea.or.kr)의 2007년 자료 분석 결과 서울지역 전체 또는 일부 지역에서 하루 1시간 이상 통합대기환경지수가 ‘위험’ 상태가 된 날은 한 해 동안 10일에 이르렀다.

대기오염이 ‘위험’ 상태에 도달했을 때에는 환자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겐 응급조치가 필요하고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에서 다섯 번째 단계인 ‘매우 나쁨’ 상태까지 도달한 날은 31일에 달했다. 이때는 환자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일반인에게도 약하지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6개 단계 중 3, 4단계에 해당하는 ‘민감군 영향’과 ‘나쁨’에 해당하는 날은 각각 137일과 146일이었다.

반면 서울 전 지역의 대기 상태가 하루 종일 ‘보통’ 이상 수준을 유지한 날은 1년 중 41일에 불과했고 전 지역이 24시간 내내 ‘좋음’ 상태를 보였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광역시 중에서는 대구가 ‘위험’ 상태에 도달한 날이 12일로 가장 많았고 인천 10일, 부산 8일, 울산 7일, 대전 5일, 광주 4일 등이었다.

통합대기환경지수는 5개 오염물질별 지수에서 ‘민감군 영향’ 이상의 등급이 2개 이상일 경우 통합점수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환경관리공단 대기측정망관리팀 유재천 박사는 “대기오염이 ‘위험’ 상태에 이르는 경우는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전 지역이 ‘위험’ 상태였던 2007년 5월 26일과 12월 29일 등은 황사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강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황사경보가 내려졌던 5월 30일에는 서울 전 지역의 지수가 ‘위험’이었다.

○ 미세먼지 만성적 노출 땐 치명적

국립환경과학원이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대기오염 종합평가 기법 개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 10만 명당 연간 342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0∼2004년 전국 7대 도시 및 9개 도의 대기오염 측정치 중간 값을 기준으로 도출한 결과다.

미세먼지의 급격한 영향으로는 10만 명당 40.3명, 오존은 33.6명, 이산화탄소는 21.8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은 각각 17.2명과 16.6명의 조기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적용하면 오염 물질별로 연간 8000∼16만 명의 조기 사망자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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