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업자 男 59% 女 41%… 공부-TV시청 시간 길고 잠도 많아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직장 눈높이 안 맞아… 노는 것이 더 좋아서…

실업훈련 받아도 1년이상 계속 근무는 2%뿐

대졸자 하향취업으로 고졸 무업자는 더 열악

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눈높이가 높은 탓에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청년이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청년 무업자의 양산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일을 하지 않고 그냥 노는 청년이 많다는 것은 가뜩이나 경제 불황인 상황에서 소비와 생산 측면에서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업자 양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실업통계에 반영 안돼

청년 무업자는 실업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구직 활동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구직 활동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고 막연히 취업이나 진학 준비 중인 청년들은 이번 통계에 무업자로 분류됐다.

이들이 구직 활동조차 포기하고 ‘무업의 길’을 걷는 이유는 다양하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려는 의지가 없어 자발적으로 무업을 택하기도 한다. 김모(31) 씨는 대학을 2학년 때 중퇴했다. 이유는 관심 분야도 아닌 전공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 뒤 부모님의 돈으로 호프집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노는 게 더 좋아서’ 일을 그만뒀다. 김 씨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사느니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낫다”며 “눈치가 좀 보이지만 당분간은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보다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 취업시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다 무업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모(32) 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2003년 대기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이 씨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때문에 사직서를 내고 사시에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느껴 지금은 공기업 입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사시 공부를 하는 동안 나이가 많아졌고, 최근 경기가 어렵다 보니 취직도 쉽지 않아 백수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구직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곽모(31)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4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업에 원서를 냈는데 줄줄이 떨어지면서 이제 자신감도 없고, 힘도 잃었다”며 “최근엔 간간이 과외를 하면서 용돈이나 벌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예비 무업자’에 가깝지만 자신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도 대학가에는 많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경기 불황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경기 불황으로 고용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니트족이 늘고 있다. 앞으로 금융위기가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편한 것만 찾는 성향 바뀌어야

청년 무업자는 늘어만 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만한 대책은 마땅치 않다. 직업훈련원조차 청년들의 무업 상태를 벗어나도록 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의 실업자 직업훈련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만9119명의 직업훈련생 중 1년 이상 직업을 유지한 훈련생은 단 2%에 불과했다. 6개월∼1년 동안 일을 한 훈련생은 31%였고, 6개월 미만 일한 경우가 67%였다. 게다가 직업훈련자 절반은 고용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사업장(일용직 등)에서 방치되고 있다.

특히 고졸자는 더 열악하다. 대졸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통적으로 고졸자가 취업하던 영역까지 대졸자들이 몰리면서 고졸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994∼1995년 신규 고졸자가 상용직으로 취업한 경우는 42.4%였는데 2002∼2004년엔 17.0%로 뚝 떨어졌다. 또 임금도 2007년 기준으로 대졸자의 63.4%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동 공급 측면에서 4년제 대학 졸업자가 과도하고 기대임금도 높은 게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대학의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정적이고 편한 것만 우선시하는 젊은 층의 성향도 청년 무업자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신관호(경제학) 교수는 “은행에 취직했다가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그만두는 등 예전에 비해 학생들의 성향이 위험을 회피하고 편하고 안정된 일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에서는 기껏 훈련시켜 놓으면 다른 데로 가버려 헛수고다. 이런 현상은 너무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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