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호기심 + 승부욕… 궁금한 건 끝까지 알아내죠”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7분


《“1박2일 여행상품을 만드는 문제가 ‘슈퍼 영재 과제해결 능력 평가’에 나왔어요.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이동경로를 선택하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어렵진 않았어요. 지도에서 ‘한붓그리기’를 이용해 경기도 내 유적지와 박물관들을 연결했거든요.” 경기 신흥초등학교 5학년 변근우 군은 ‘슈퍼 영재’다. 변 군은 올해 초 영재학급 선발시험에 통과한 데 이어 수학, 과학 분야를 집중 교육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슈퍼 영재 사사교육’ 대상자로 선발됐다.》

영재학급 - 슈퍼 영재 2관왕 경기 신흥초 변근우 군

바둑 통해 수학에 재미… 창조적인 답 가능한 문제가 좋아

스스로 묻고 답하며 독서 또 독서… 개념 확실히 잡아요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내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의 학생 가운데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이 월등한 학생을 별도로 선발해 교사(멘토) 한 명당 두 명의 학생(멘티)이 함께 공부하는 ‘사사교육’을 9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슈퍼 영재는 한 학기 동안 멘토와 함께 신약, 차세대 자동차 개발 등 교과심화학습과 연계한 주제별 프로젝트 학습을 하고 동식물 물리 화학 지질 실험, 선진국 영재교육원 방문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게 된다.

변 군은 어떻게 해서 ‘슈퍼 영재’로 자라날 수 있었을까?

○ 바둑에서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다

변 군은 평범한 아이였다. 생후 몇 개월부터 남다른 숫자 감각을 보였다거나 뛰어난 계산 실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한 신동도 아니었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영재교육을 받게 한 적도 없다.

하지만 변 군은 타고난 승부욕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끝까지 알아내야 직성이 풀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변 군의 잠재력이 피어났다.

동네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녔던 변 군은 7세 때 바둑을 두는 학생들의 모습을 한 번 본 뒤부터 부모에게 바둑을 배우게 해달라고 졸랐다. 변 군 부모는 ‘한 달쯤 하다 말겠지’라는 생각으로 학교 교사에게 부탁해 바둑부 수업을 듣도록 했다.

변 군은 다양한 수의 변화를 만들고, 자신의 집 수를 계산하며 상대의 수를 추리하는 바둑의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바둑을 배운 지 1년 만에 학교에선 더는 대국 맞수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땐 경기 군포교육청 주최 바둑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지역 바둑대회에서 네 번이나 상을 받았다. 변 군의 두뇌 회전과 응용력을 지켜본 바둑 전문학원장은 변 군의 부모에게 프로기사로 키워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변 군의 학교 담임교사는 단순한 문제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려운 문제만 골라 푸는 변 군에게 도교육청이 진행하는 영재학급에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변 군은 평소 수학,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꾸준히 쌓은 실력으로 단번에 선발시험에 합격했다. 영재학급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인 변 군은 교사 추천을 받아 7월 슈퍼 영재 선발 시험에 합격했다.

변 군 어머니는 “근우는 흥미를 느낀 분야에 반드시 도전하고, 꼭 1등을 해야 만족하는 성격”이라며 “달리기에서 1등을 못하면 ‘몸살’을 앓을 만큼 승부욕이 강해 스스로 공부해 왔다”고 말했다.

○ 수학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꼬마 탐정

변 군은 범죄사건이나 의뢰인이 부탁한 문제를 수학,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해결하는 이야기 중심의 책을 즐겨 읽는다. 개념과 공식을 대입해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는 문제를 여러 개 푸는 것보다 창조적이고 다양한 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를 하나라도 푸는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 군이 좋아하는 ‘과학공화국 수학법정 시리즈’ ‘사이언스 오딧세이’ ‘24명의 과학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과학이야기’는 범죄심리학, 음악 등 다양한 주제에 수학, 과학 개념을 접목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변 군은 책을 읽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독서록을 쓴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메모해 두었다가 매주 토요일 동네 어린이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으며 알아낸다.

독서록에는 스스로 낸 ‘과제’도 적혀 있다. 책을 읽으며 식물의 잎차례(줄기에서 뻗어 나온 잎의 배열 방식)에서 ‘피보나치수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떤 식물에서, 식물 외에 어디서 이 법칙을 발견할 수 있나’ 등의 문제를 내는 것이다.

변 군은 “이렇게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면 독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며 “한 가지 개념이라도 다양한 책을 읽어 완벽하게 알고 넘어가면 어떤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틀린 문제는 두 번 다시 틀리지 않도록 오답노트를 만들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발견하면 숫자를 바꾸거나 유형을 변형해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풀어본다.

같은 문제도 세 번 이상 다른 방법으로 푼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복잡한 응용문제가 나와도 푸는 방법을 빠르게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이 변 군의 설명이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땐 ‘1보 후퇴 2보 전진’의 방법을 쓴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교사에게 먼저 물어보고, 같은 유형이지만 좀 더 쉬운 문제를 여러 개 풀어본다. 그리고 다시 그 문제를 풀어보며 문제에 적용된 공식과 개념을 이해하고, 그 문제보다 한 단계 더 어려운 문제를 찾아 푸는 방식으로 실력을 쌓는다.

변 군은 “난이도가 다른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세 개 이상 풀어보고, 문제의 답을 책을 통해 찾아보면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