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우포늪 환경훼손 시비로 ‘시끌’

  • 입력 2008년 9월 8일 07시 16분


“습지 체험단지 만들면서 생태연구용 방형구 훼손”

시민단체 주장에 창녕군 “환경청 허가 사안” 펄쩍

국내 최대의 자연 늪으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경남 창녕군 우포늪 주변이 소란스럽다. 다음 달 28일부터 열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Ramsar COP 10)’의 공식방문지인 탓에 많은 공사가 벌어지는 데다 이를 둘러싼 환경훼손 시비가 뜨겁기 때문이다.

▽생태연구사업 차질 논란=대구의 ‘영남자연생태보존회’(회장 류승원)는 최근 성명을 통해 “창녕군이 서울 강남구청 후원으로 우포늪 입구인 유어면 세진리 일원 5700m²에 습지체험단지를 조성하면서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용 방형구(方形區) 일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국토의 생태변화를 조사연구하기 위해 396억 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는 부산대 주기재 교수이며, 식생분야 공동연구자는 계명대 김종원 교수다.

이 방형구는 특정 지역의 식물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설치한 것. 길이 1.5m의 쇠막대기 4개를 가로, 세로 각 2m의 사각형으로 박고 로프를 두른 뒤 경고문을 붙여 두었다.

생태보존회는 “방형구 가운데 습지체험단지 공사장 안팎의 5개가 제거되거나 심각하게 부서져 중요한 연구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남도, 창녕군은 펄쩍 뛴다. 연구진이 환경청의 행위허가를 받은 24곳은 모두 습지체험단지 바깥지역이라는 것.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창녕군은 정상적인 허가를 받아 체험단지를 조성했으므로 방형구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연구진이 체험단지에 임의로 방형구를 설치한 뒤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우포늪은 습지보호구역이자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어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결국 24개 허가지점의 확인과 함께 방형구 추가설치를 통한 생태연구의 지속성 검토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 길’ 논쟁=이 단체는 우포늪 진입로 2km에 조성된 ‘서울 길’에 대해 “생뚱맞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서울 길은 우포늪 자연과 전혀 상관이 없고 서울시장의 업적을 적은 안내판 등으로 정치적인 이미지만 풍긴다는 주장.

이들은 “입구의 죽어가는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와 도로변 절개지의 대나무 울타리, 진입로 건설과 인공조형물 설치는 국제적 망신을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도는 “서울 길 조성은 정치적 의도가 없을 뿐 아니라 환경 관련 교수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 추진했다“고 밝혔다.

또 “대나무 울타리는 절개지의 흉한 모습을 가릴 수종이 없어 선택했으며, 소나무는 서울 길과 무관하게 창녕군이 다른 공사장에서 가져와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서울 길은 지난해 6월 김태호 경남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람사르총회 후원협정을 맺고 서울시 예산 5억8000만 원으로 만들었다.

경남도 박재현 환경녹지국장은 “우포늪을 찾는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으나 체험시설과 안내판 등이 부족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 최소한의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8일 오후 2시 우포늪 생태학습관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포늪 생태계 훼손 및 방형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힐 계획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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