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배짱 상혼’에 멍드는 울릉도 관광

  • 입력 2008년 8월 27일 06시 48분


“아무리 섬이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어요. 울릉도에 가려면 먹을 건 따로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최근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일부 식당과 숙박업소, 상점 등의 ‘배짱 영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울릉도를 처음 찾은 박모(38·경기 의왕시) 씨 가족 3명은 2박 3일 동안 여행경비로 80만 원을 썼다.

박 씨는 26일 “육지에서 물건을 가져와서 팔아야 하니까 좀 비싼 건 이해하지만 홍합밥 한 그릇에 1만2000원은 누가 봐도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홍합도 육지에서 가져오느냐”고 말했다.

그는 “울릉도에서는 식당이나 특산물 가게 등 어딜 가나 예상보다 가격이 비싸 지갑 꺼내기가 무서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울릉도에 갔다가 찝찝한 기분만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관광을 했던 오모(54·여·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도동항의 한 식당에 대해 행정조치를 해달라고 울릉군에 요청했다.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하지 않자 “다른 데 가서 먹어라”며 밀어냈다는 것. 오 씨는 “요즘도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황당했다”고 말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관광 성수기여서 일부 식당에서 바가지요금을 받는 사례가 있을 것”이라며 “고발이 들어온 만큼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친구 10명과 여름휴가를 울릉도에서 보냈던 최모(45·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나리분지를 오가는 왕복버스를 기다리다 예고 없이 버스가 오지 않는 바람에 골탕을 먹었다.

그는 “버스 손님이 가득 차면 운행 편수를 늘리든지 해야지 종점에서 기다리는 관광객은 뭐가 되느냐”며 “표를 들고 눈이 빠지도록 버스를 기다리다 다음 일정까지 망쳐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버스뿐만이 아니라 울릉도에 있는 이틀 동안 관광객은 뒷전이고 배짱 상혼만 가득한 것 같아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패키지 관광상품을 이용해 방문했던 한 가족도 “1인당 40만 원을 내고 왔는데 독도 관광이 날씨 때문에 취소돼 하루를 울릉도에서 그냥 보냈다”며 “이런 경우를 예상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어딜 가나 불친절하고 배짱 내미는 게 울릉도 같다”며 “국제 관광지를 만들겠다고 들었는데 이래가지고 무슨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불만스러워했다.

그러나 울릉군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도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만 보였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10여 년 전부터 매년 2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은 22만3208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은 577명으로 0.2%에 불과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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