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세청과의 조정 무산→2004, 2005년 KBS의 경영 악화→2005년 7월 노동조합의 퇴진 압박→법인세 환급을 통한 2005년 사업연도 흑자 전환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사장 연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판례와 기록 검토를 했지만 결국은 구체적인 정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확보한 증거에 비춰보면 정 전 사장의 '고의적인' 배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2004년 6월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와 1443억 원에 조정을 시도했다가 "1443억 원 가운데 459억 원만 환급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이듬해 KBS의 적자폭이 사상 최대로 예상되자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고, 노동조합은 "경영위기를 노조에 전가한다"면서 정 전 사장 퇴진 압박 운동을 벌였다.
이어 같은 해 7월 18일부터 사흘 동안 사장 불신임 투표가 진행됐고, 정 전 사장은 개표 1시간 전 노조위원장에게 "적자 발생시 경영진이 총사퇴한다"는 합의서를 썼다.
정 전 사장은 합의서 작성 일주일 전 국세청과의 조정을 반대한 외부 변호사를 해고한 뒤 사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항소심 재판부에 조정 기일을 신청했다.
2005년 12월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를 환급 받은 KBS는 그해 적자에서 벗어났으며, 정 전 사장은 2006년 4월 연임됐다. 검찰은 무엇보다 국세청이 2004년 거부했던 조정안을 정 전 사장이 뒤늦게 수용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의 배임 액수가 큰 만큼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특경가법을 적용했다. 법원이 이 배임액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면 정 전 사장으로서는 중형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은 "(개인의 결정이 아닌) KBS 의사회 의결을 거쳤다"고 반박하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여서, 앞으로의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정 전 사장 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