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알권리 회복” vs “낙태유혹 강해질수도”

  • 입력 2008년 7월 31일 19시 51분


헌법재판소가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법으로만 금지돼 있을 뿐 사실상 공공연하게 인정돼 온 관행을 현실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 규정은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성별 비율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성별로 인한 낙태를 금지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지만 이 규정을 시대 상황에 맞게 검토한 결과다.

▽성비 불균형 점차 사라져=한국에는 모든 경우의 낙태를 금지하는 형법상 낙태죄가 있다. 그러나 형법상의 낙태죄만으로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막기 어렵다고 보고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해왔다.

한 때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이 남아선호 사상은 최근 사라지고 있다. 특히 2006년 남녀 성비(107.4)가 자연 성비인 106에 다다르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성비 불균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부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가르쳐 주는 일을 낙태의 원인으로 단정짓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것은 지나치고 판단한 것이다.

▽낙태 우려 전혀 없나=연간 34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경제적 이유 등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설문조사의 맹점 등이 있어 조사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한국의 1심 법원이 처리한 낙태죄 관련 판결이 2003년에 6건, 2004년 5건, 2005년 0건, 2006년 11건, 2007년 9건에 불과하지만 이를 낙태 사건 전체에 대한 의미 있는 통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성비는 각각 여아 100명 당 남아 105.6명과 106명이지만 셋째 아이의 경우 121명에 달해 여전히 두 명의 딸을 가진 부모가 '아들을 낳기 위해' 셋째 아이를 임신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일하게 합헌 판단을 내린 이동흡 재판관은 "임신 후반기에도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신 후반기의 낙태는 임산부의 생명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성비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모든 임신 기간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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