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집은 지붕부터 짓지 않는다

  • 입력 2008년 7월 25일 07시 06분


올해 말 인천항 주변에 독창적인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서게 된다. 인천시와 중구가 예술인촌(예촌) 조성 사업으로 시작한 ‘중구 미술문화공간’(가칭)이 문을 여는 것이다.

이 공간은 10여 년 전부터 인천지역 문화예술계가 중구 근대개항장 일대의 근대건축물을 보전하고 재생해, 쇠락해 가는 구도심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했던 것이다. 인천시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마스터 아키텍트(Master Architect)’ 방식으로 예촌 사업을 추진해 왔다.

미술문화공간이 들어설 중구 해안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경인지역에서 수탈한 곡물을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설치한 창고와 관공서, 상가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근대 인천의 모습을 생생히 간직한 이곳을 예술 공간으로 재생하는 작업의 의미는 크다. 먼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침체에 빠진 옛 도심의 유휴 공간을 문화적으로 재생하여 도시 정체성과 구도심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또 인천지역 문화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해 문화교류 거점이 형성될 수 있다.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주민참여형 문화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시도 유휴 공간을 리노베이션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볼로냐 2000 창조공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베르토 그란디 교수는 “집은 지붕부터 짓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예술 공간을 계획하는 일의 시작은 예술가가 얼마만큼, 어떻게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연후에 공간의 운영방식과 디자인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뒤 건물(하드웨어)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중구 미술문화공간은 시민적 관심에서 시작돼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준공을 앞둔 현재까지 과정을 보면 집을 먼저 짓지 않았나 싶다.

늦었지만 시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중구 미술문화공간에 대한 개방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적용된 마스터 아키텍트 방식과 미술문화공간 개관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의 연구 검토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문화예술계가 개관 준비를 위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 중구 미술문화공간 운영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설정돼야 하며 창작환경 기반 조성을 위한 운영 방식도 결정돼야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도시 정체성 회복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친화적 문화공간이 탄생되길 기대한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psm29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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