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터넷 교육 1번지 ‘강남인강’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강남구청사 5층.

저녁 무렵 찾은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사무실에서는 김동이 강사가 한창 ‘세계지리’ 동영상 강의를 촬영 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바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강남 인기 학원 강사들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짬이 날 때 이곳을 찾아 강의를 촬영한다. 이 동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전국의 학생을 만나게 된다.

2004년 개국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개국할 때만 해도 “구청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 “강남구가 대치동 학원가를 죽이려 한다”는 등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 ‘강남인강’(강남구청 인터넷 강의의 줄임말)은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모를 수 없는 친숙한 이름이 됐다.

○ 현역 강사 86명 강좌 6200여 개

강남구는 이제 수능방송을 넘어 중학생과 일반인 대상 강의를 시작하며 인터넷 교육 1번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은 중학교 3학년 과정 강의를 8월 25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86명의 현역 강사가 수능, 고교 내신, 논술은 물론이고 학습법과 입시전략까지 6200여 개에 이르는 강좌를 진행해 왔지만 지금까지 중학교 내신 과정은 없었다.

강남구 교육지원과 강우택 팀장은 “지난 2년간 중학생 강의도 시작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며 “실제로 중학생의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중학생 내신 강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그동안 오프라인으로만 열린 구민교양강좌를 기본으로 일반인이 들을 수 있는 온라인 무료 인문학 강좌인 ‘평생교육, 강남아카데미’도 개설했다.

3월 ‘미술산책’ 강좌를 시작으로 현재 ‘동양고전강독(논어 맹자)’ 강좌를 서비스 중이다. 8월 말에는 음악사 강의도 시작하고 내년에는 자격증 관련 실용강좌도 준비할 계획이다.

○ 106개 지자체에 수능방송 보급

학생들의 강남인강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회원만 70여만 명이고 홈페이지 방문자는 6월 기준 누계 7700만 명에 이른다.

특히 호응을 보내고 있는 쪽은 지방 학생들.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회원 중 강남구에 거주하는 사람은 4%, 서울 기타지역 거주자는 26%에 불과하다. 70%에 이르는 회원은 지방에 산다.

1년에 2만 원의 회비를 내고 사이트(edu.ingang.go.kr)에 가입하면 강남 대치동 학원가 유명 선생님의 강의를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학생들을 끌어모은 요인이다.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장학생으로 선정된 대전 출신의 서울대 1학년 박인범(19) 씨는 “강남 한복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생님들의 강의를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며 “처음에는 아는 애들만 들었지만 나중엔 한 반의 20∼30%가 강남인강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구는 총 106개 지방자치단체에 인터넷 수능방송을 보급하고 있다. 강남구와 협약을 체결한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사이트에서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을 조금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에 62억 원, 올해는 35억 원의 예산을 인터넷 수능방송에 쏟았다. 연간 30여억 원씩 손해를 보는 사업이지만 현재 강의료 수준을 유지하며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강남구는 “불평등한 교육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자 출발한 게 강남인강”이라며 “230개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150여 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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