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세계화 시대, 자유무역만이 살 길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FTA 외치는 선진국들, 과거엔 정반대로 보호무역 옹호

자유무역은 경제발전 원인이 아닌 결과?

 

 

■ 생각의 시작


교환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사람의 능력이나 특성이 제각기 다르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가 모두 열매를 따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면, 굳이 서로 교환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열매를 더 잘 따는 반면, 프라이데이는 물고기를 더 잘 잡을 때 교환이 일어나게 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것을 ‘특화’라 한다. 교환은 바로 특화의 결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자본주의는 교환의 이익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는 경제 체제이다. 이 믿음은 개인 간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교환에도 적용된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설’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우위설에 따른 자유무역론은 ‘개방과 경쟁’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주장이 되고 있으며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FTA 물결은 이를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뒤집어 보자

비교우위설과 자유무역은 모든 나라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전적인 반론은 독일의 경제학자 리스트의

‘보호무역론’이다.

지구상의 모든 공업력을 독점하여 다른 나라의 경제발전을 억누르는 데 성공하여, 그들이 단지 농산물과 원료만을 생산하든지 필요불가결한 지방공업만을 운영하도록 억제하는 국민은 반드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중략) 이리하여 점차 영국을 맹주로 하는 영국계 국가들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유럽 대륙의 다른 국민들은 별 볼일 없는 2등 국민으로 영국적 세계 속에서 해소되고 말 것이다.

[리스트의 ‘정치경제학의 국민적 체계’]

그는 비교우위설에 근거한 자유무역은 강자(강국)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며 후발 공업국 독일이 살 길은 적극적인 보호무역이라고 주장한다.

비교우위설에는 몇 가지 맹점이 존재한다. 첫째, 생산요소의 완벽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가설이다.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의 자본과 노동이 아무런 추가 비용 없이 다른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둘째, 보상의 원리라는 가설이다. 자유무역은 전체적인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득을 본 사람들이 손해를 입은 사람들의 손해를 보상할 것이며 이익의 크기는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현실성이 의문시된다. 정말 자유무역은 언제나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설사 충분한 이익이 발생했다고 해도 시장을 통한 보상이나 이익을 본 사람들의 자비심에 기대를 걸 수 있을까? 비교우위설은 현실성이 부족한 가설로 인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교환의 필요성과 이점 그리고 비교우위설의 보편성, 국제 교역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한편 리스트가 갈파했던 것처럼 자유무역이 강자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래의 유엔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60년 4조 달러이던 세계의 총생산은 1993년에는 23조 달러로 늘어났지만, 그중 세계 인구의 80%가 몰려 있는 개발도상국의 몫은 5조 달러(23.7%)에 불과하였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1인당 국민 소득 차이도 3배 이상 벌어졌다. 또 세계 인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분류할 때,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가 1960년 30 대 1에서 1990년 60 대 1로, 그리고 1997년에는 74 대 1로 확대되었다.[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길을 택해야 할까? 자유무역을 강력히 부르짖는 선진국들도 과거에는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 국가들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위 신흥공업국들의 성장 배경에도 강력한 산업 보호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역의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지적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각 국가가 처한 현실에 따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을까?

강창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