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은 경제발전 원인이 아닌 결과?
■ 생각의 시작
교환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사람의 능력이나 특성이 제각기 다르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가 모두 열매를 따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면, 굳이 서로 교환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열매를 더 잘 따는 반면, 프라이데이는 물고기를 더 잘 잡을 때 교환이 일어나게 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것을 ‘특화’라 한다. 교환은 바로 특화의 결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
자본주의는 교환의 이익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는 경제 체제이다. 이 믿음은 개인 간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교환에도 적용된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설’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우위설에 따른 자유무역론은 ‘개방과 경쟁’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주장이 되고 있으며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FTA 물결은 이를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뒤집어 보자
비교우위설과 자유무역은 모든 나라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전적인 반론은 독일의 경제학자 리스트의
‘보호무역론’이다.
지구상의 모든 공업력을 독점하여 다른 나라의 경제발전을 억누르는 데 성공하여, 그들이 단지 농산물과 원료만을 생산하든지 필요불가결한 지방공업만을 운영하도록 억제하는 국민은 반드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중략) 이리하여 점차 영국을 맹주로 하는 영국계 국가들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유럽 대륙의 다른 국민들은 별 볼일 없는 2등 국민으로 영국적 세계 속에서 해소되고 말 것이다.
[리스트의 ‘정치경제학의 국민적 체계’] |
그는 비교우위설에 근거한 자유무역은 강자(강국)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며 후발 공업국 독일이 살 길은 적극적인 보호무역이라고 주장한다.
비교우위설에는 몇 가지 맹점이 존재한다. 첫째, 생산요소의 완벽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가설이다.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의 자본과 노동이 아무런 추가 비용 없이 다른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둘째, 보상의 원리라는 가설이다. 자유무역은 전체적인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득을 본 사람들이 손해를 입은 사람들의 손해를 보상할 것이며 이익의 크기는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현실성이 의문시된다. 정말 자유무역은 언제나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설사 충분한 이익이 발생했다고 해도 시장을 통한 보상이나 이익을 본 사람들의 자비심에 기대를 걸 수 있을까? 비교우위설은 현실성이 부족한 가설로 인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교환의 필요성과 이점 그리고 비교우위설의 보편성, 국제 교역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한편 리스트가 갈파했던 것처럼 자유무역이 강자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래의 유엔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60년 4조 달러이던 세계의 총생산은 1993년에는 23조 달러로 늘어났지만, 그중 세계 인구의 80%가 몰려 있는 개발도상국의 몫은 5조 달러(23.7%)에 불과하였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1인당 국민 소득 차이도 3배 이상 벌어졌다. 또 세계 인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분류할 때,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가 1960년 30 대 1에서 1990년 60 대 1로, 그리고 1997년에는 74 대 1로 확대되었다.[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
강창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