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잠정 타결…한숨 돌린 항만-공장

  • 입력 2008년 6월 19일 19시 52분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 항만 관계자들은 물류마비 일보직전에서 한숨을 돌렸다. 화물연대가 19일 운송거부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멈춰 섰던 컨테이너 운송차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부두마다 야적장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운송료 인상안이 쟁점=대형 운송사 14곳이 회원인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부터 협상에 적극적이었다.

양 측은 부산해양항만청 회의실에서 만나 운송료 인상안에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운송거부를 시작할 때 화물연대는 운송료를 최소 30%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9~13%를 제안했다.

18일 협상에서 화물연대는 인상률 21.5%를, 협의회는 16.5%를 제시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차이가 좁혀지자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날 "협상이 8부 능선고지에 올라섰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양 측은 결국 운송거부 1주일만인 19일에 19% 인상안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운송료 문제가 풀리자 표준요율제 등 다른 쟁점은 쉽게 마무리지었다.

대형 운송사 14곳의 컨테이너 차량은 직영, 위수탁, 용차(임대차량)를 포함해 2만여대. 이 가운데 5000여 대가 화물연대 소속이다.

나머지 1만5000여 대는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데 부산 경인지역의 위수탁차량이 이날 오전 업무에 속속 복귀해 운송거부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차량을 전국으로 운송하는 화물연대 현대 카캐리어 분회는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글로비스와의 잠정합의안 수용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회원 79명 가운데 반대 65명(82%), 찬성 14명(18%)으로 부결됐다.

▽전국 항만은 한숨 돌려="부산항에 투입되면서 국가물류 비상작전에 투입된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수출 물자를 옮기는 일도 국가의 부름 아니겠습니까."

운송거부 철회소식이 알려진 부산항에서는 군 트레일러 82대가 더 바삐 움직였다.

군 장병 271명은 운송거부 이후 매일같이 수출입 컨테이너 700개 이상을 35~50km 떨어진 경남 양산물류기지와 부산신항으로 옮겼다.

부산 남구 우암동 부두에서 만난 이준일 중사는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며 "협상이 타결됐다니 기쁘다. 하루빨리 부산항이 활력을 되찾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부두로, 번영로, 동서고가도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는 화물을 나르는 트레일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공장가동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던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제일모직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이 계속됐는데 협상 타결로 제품과 원료 수송이 조금씩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도 활기를 되찾았다.

비상수송을 책임지는 박복규 코레일 물류계획팀장은 "급한 화물을 우선 처리했기 때문에 아직 남아있는 화물이 많다.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군 차량은 계속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M 닭 가공공장은 오후부터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직원 300여 명이 닭을 부위별로 자르고 포장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하루 평균 10만 마리, 성수기에는 13만 마리까지 닭을 들여와 도계했던 이 공장은 13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전국의 닭 사육 농가를 오가던 화물차 23대가 운송거부에 동참했기 때문.

이 공장을 찾은 한덕규 농가지원과장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가동이 계속 안 되면 거래선이 다 끊어질 뻔 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공장 관계자는 "우리 회사와 계약하고 닭을 공급하는 전국의 양계농가에서 닭을 왜 안 가져 가냐며 전화가 빗발쳤다. 제 때 닭을 출하하지 못하면 엄청난 사료 값만 들어갈 뻔 했다"며 한숨을 돌렸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