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내 아이 내가 가르친다”학원 다니는 열공엄마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7분


영어-중국어-논술 직접 지도… 열성 엄마 3명의 노하우

《자녀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는 엄마가 늘고 있다. 이런 엄마들은 단순히 자녀의 숙제를 돌봐주고 문제집을 채점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업 진도에 맞춰 예습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녀가 학교에 가면 자신은 학원으로 간다. 자녀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자격증까지 따기도 한다. ‘열공 엄마’는 “아이의 약점을 엄마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문제점을 보강해 줄 수 있어 학습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고수 엄마들이 사는 법을 알아봤다. 》

○ 교과목부터 독서 지도까지… 신문 등 자료 챙기기는 기본

전국 영어백일장 대상, 전국 말하기 쓰기 대회 최우수상 등 각종 영어대회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서울 대지초등학교 5학년생 박민수 군의 뒤에는 어머니 이성림(40) 씨가 있다. 이 씨는 아들을 위해 ‘표현노트’를 만들어 지도했다. 아들의 영어 일기에서 똑같은 표현과 단어가 반복되는 걸 보고 나서다. 그녀는 시중에 나와 있는 쉬운 문법책 2, 3권을 골라 주요 문법별 기본 문장을 10개 정도 뽑아 단어만 바꾸면 활용할 수 있도록 노트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지각동사 see를 활용한 ‘I saw her dancing’이라는 문장을 골랐다면 끝 단어만 eating, crying 등으로 바꿔 활용하면 된다. 박 군은 표현노트로 어휘력과 문법을 보강하면서 다양한 표현으로 에세이를 쓰게 됐다.

박하영(39) 씨는 외국어고를 목표로 하는 중학교 1학년생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어학원에 다니며 중국어 지도자 양성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8년 전 남편의 사업차 온 가족이 중국에서 1년 동안 생활하게 된 것을 계기로 중국어를 자녀의 ‘경쟁 무기’로 만들기로 했다. 중국에선 현지 대학의 어학원에서 하루 4시간씩 수업을 듣고 이와 별도로 원어민 강사에게 한 주에 두 시간씩 회화를 배웠다. 귀국 후에도 하루 한 시간씩 꾸준히 공부하다 중국어를 좀 더 쉽고 정확하게 가르치기 위해 지도자 양성과정을 다니게 됐다. 엄마의 꾸준한 지도로 박 씨의 딸 김준원 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한국외국어대에서 주최하는 중국어 검증시험에서 매년 장려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김영희(43) 씨는 자녀의 독서지도를 위해 동네 도서관, 문화센터를 거쳐 사이버대학 4년 과정까지 이수해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그녀는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두 권의 책을 읽고 학년별 필독서, 신문 신간 소개도 꼼꼼히 살펴봤다.

그는 가까운 문화센터에서 독서지도수업을 들었지만 논술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어 디지털대 문예창작반 4년 과정을 수료했다. 김 씨의 영향으로 대입 수험생인 첫째 아들은 언어영역 1등급, 전교 5등을 벗어나지 않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 자녀 교육은 마인드컨트롤부터… 칭찬, 인내, 약속 지키기

남의 자식을 가르칠 순 있어도 내 자식은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욕심이 자녀의 실력 향상 속도보다 늘 앞서기 때문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그 과정에서 자녀는 상처를 입는다.

고수 엄마들은 ‘인내, 칭찬, 약속 지키기’ 3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아이의 변화는 아주 느리게 단계적으로 일어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조급해 할수록 자녀는 더 불안해하고 공부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자녀 지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인내’다. ‘또 틀렸어?’, ‘아직도 모르니?’ 등과 같은 말은 금기 사항이다.

김 씨는 ‘선(先) 칭찬, 후(後) 지적’ 방법을 쓴다. 논제와 전혀 엉뚱한 논술문을 보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나 표현을 먼저 찾아서 칭찬한다. 자신감을 길러줘 계속 공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잘못된 점은 글로 지적한다. 김 씨는 첨삭을 하며 왜 틀렸는지,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써준다. 작은 변화라도 개선된 점이 보이면 잊지 않고 칭찬해 준다.

박 씨는 함께 공부할 시간을 정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시간을 어기다 보면 아이의 공부습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신뢰도 금이 간다. 그는 “피로하다거나 약속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자녀의 일일 학습계획표를 부모가 망치는 것”이라며 “자녀와의 약속을 우선으로 스케줄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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