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리와 사고]‘문제-결론-근거’ 3가지 뼈대를 추려라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8분


예비 시험의 모델에 따르면 LEET 논술의 첫 문항은 요약 종합형 문제가 배치됩니다. 전형적인 논술 시험은 3단계로 진행되는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바로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그 결과를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LEET의 논술도 논술 시험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예비 시험처럼 첫 문항은 분석적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석적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바로 요약입니다. 이해한 핵심 내용을 글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지요. 단, 분석적 이해 능력을 좀 더 심도 있게 평가하기 위해 요약보다는 서로 맥락이 다른 복수의 텍스트를 비교 분석하거나 종합하여 재구성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발표된 문제도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중심 생각을 각각 밝히고 비교하라.(예비시험 설명자료)

- 제시문 (가)∼(라)를 통치원리에 따라 둘로 분류하고, 같은 원리를 담고 있는 제시문끼리 묶어서 요약하시오.(예비시험 기출문제)

꽤 긴 지문을 주고 단순 요약하게 하는 문제의 출제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해 능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종합해 재구성하는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종합하기 이전에 하나하나의 텍스트를 제대로 요약하는 훈련이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요약에서 중요한 것은 버릴 것을 잘 버리는 것입니다. 요약은 사진보다는 지도를 축소하는 작업과 유사합니다. 칠판만 한 사진을 명함 크기로 축소할 경우, 큰 사진에 들어있던 내용은 어떻게 될까요? 명함 크기 사진에 빠짐없이 다 들어갑니다. 크기만 작아질 뿐이지요. 그러나 지도를 축소할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5000분의 1 지도를 5만분의 1 지도로 축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5000분의 1일 때에는 뒷골목까지 세세하게 나타나지만, 5만분의 1이 되면 뒷골목은 다 사라지고 큰길만 남게 됩니다. 결국 주어진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여 핵심 내용만 간추려 남기는 것이 요약의 기본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제시한 학습 자료를 보면 LEET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독서 중 또는 독서 후에 텍스트 이해를 이끌어 주는 질문들을 스스로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요약 평가형과 관련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 이 텍스트가 다루고 있는 논쟁점 혹은 중심 물음은 무엇인가?

- 이 텍스트의 결론 혹은 주장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도출되거나 형성되었는가?

- 이 텍스트의 결론(주장) 도출을 위해 필요한 전제(근거)는 무엇인가?

- 이 텍스트의 핵심 개념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보면 결국 글의 논리적 뼈대를 골라내는 능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글이 어떤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으로 그 문제에 대해 주장하는 ‘결론’이 무엇인지 찾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단순화하자면 이렇게 ‘문제-결론-근거’를 찾아내어 정리하는 것이 바로 요약입니다. 동양 고전처럼 완벽한 논증이 드러난 글이 아닐 경우에도 최소한 글의 핵심 내용, 특히 결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요약의 핵심이라고 할 때 이 능력을 기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주어진 글에 제목을 붙여보는 것입니다. 글에 제목을 붙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글이 다루는 문제, 즉 이슈를 제목으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체벌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글이 있을 경우, ‘체벌은 정당한가’, 혹은 ‘체벌의 정당성’으로 붙이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핵심 주장, 즉 글의 결론을 제목으로 붙일 수 있습니다. 앞의 예에서는 ‘체벌은 부당하다’, 혹은 ‘어떠한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정도가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제목을 붙이는 방법입니다. ‘두 마리 토끼’,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식으로 붙이는 것이지요. 요약 종합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두 번째 방법, 즉 글의 결론을 제목으로 붙여보는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 전체나 글의 일부에 대해서 한 문장으로 제목을 붙여 보는 것입니다.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을 활용하여 원래 제목을 지우고 읽은 다음 제목을 붙여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제목을 붙이는 연습을 하면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단기간에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요약 종합형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입 논술의 기출 문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과거에도 복수의 제시문을 주고 제시문들의 공통주제를 밝힌 뒤 그에 대해 정리하게 하는 문제들이 가끔 출제되었습니다. 최근 통합 교과형 논술은 대체로 ‘분석적 이해-비판적 평가-창의적 적용’ 순으로 문항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서 첫 문항에 요약 종합형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자주 출제됩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의 성균관대 논술 문제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래 4개의 제시문들은 형벌의 의의와 목적에 관한 상이한 입장을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의 내용을 요약하시오.(2009 모의평가)

- <제시문 2>∼<제시문 5>는 인간행위의 동기에 관한 두 가지 다른 견해를 담고 있다. 각 견해별로 제시문들을 분류한 후 두 견해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2008 수시)

대입 논술 문제들은 제시문의 수준에서 LEET 논술과 차이가 있지만 요약 종합형 문항을 연습하기에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니 적극 활용하기 바랍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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