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한국의 미(美) 특강’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8분


◇한국의 미(美) 특강/오주석 지음/솔

‘옛사람들의 눈과 마음으로,

즐기며 찬찬히 옛그림을 본다’

김홍도의 ‘씨름’ 제대로 보려면

왜 이런 감상법이 필요할까요

소나무 아래 호랑이가 눈을 번뜩인다. 가마솥 같은 대가리를 위압적으로 내리깐다. 앞발은 천근 같은 무게로 엇건다. 허리와 뒷다리 쪽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금방이라도 우리의 머리로 달려들 것 같다. 그러나 당당한 몸집에서 우러나오는 위엄과 침착성이 꼬리로 이어진다. 바로 김홍도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다.

이 그림은 초인적인 사실성으로 ‘조선 호랑이’를 경이롭게 표현했다. 이 책의 작가는 옛 그림을 연구하면서 조상이 이룩한 격조 높은 문화 예술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가) 저는 선인들의 그림을 감상하려면 첫째,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그림을 찬찬히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작품을 천천히 세부적으로 오래 보는 분은 사실 적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합니다. 아는 것은 머리로만 쓰는 것입니다. 바로 ‘이건 누구의 그림이군’ 하고 넘어가는 분입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분은 ‘야, 이거 재미있는데’ 하고 작품 자체에 반응을 보입니다. 한 수 높지요. 가슴까지 썼지요. 하지만 즐거워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술품을 대하는 동안 완전히 반해서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데, 이런 반응이란 기실은 내 영혼의 울림입니다. (17∼32쪽)

(나)

위의 (가)는 선인들의 세 가지 그림 감상법을 제시한다. 즉 선인들처럼 눈과 마음으로 즐기며 여유롭게 그림을 대할 때 진정한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김홍도의 씨름도다. 이 그림은 총 22명의 사람이 각기 다른 모습과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 (가)를 바탕으로 (나)의 작품을 보면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감상이 가능하다. 옛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여유롭게 옛 그림을 대한다면 세부적인 대상까지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가)의 관점으로 (나)의 그림을 대할 때 드러나는 세부 부분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자신만의 감상 내용을 서술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보자.

(가)는 우리가 선인들의 눈과 마음으로 여유롭게 옛 그림을 대할 때 진정한 감상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첫 번째로 (나)의 오른편 위쪽의 중년 사나이를 보자. 그는 입을 벌리고 재미있게 씨름 구경을 한다. 자세히 보면, 그의 두 손은 땅을 짚고 있고 윗몸은 앞으로 쏠려 있다. 이를 통해 당시 대중들이 씨름에 얼마나 높은 관심을 보였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위쪽 왼편을 보면 서로 닮은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는 장면이 있다. 다른 사람은 다리를 펴고 앉았는데, 그중의 앞사람은 다리를 세우고 두 손을 깍지 끼고 있어 긴장한 듯 보인다. 이런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이 사나이가 곧 씨름판에 나갈 선수임을 알게 된다.

세 번째로 중앙의 씨름하는 주인공을 보자. 특히 입을 앙다물고 광대뼈가 나온 앞사람은 이기려는 의지가 넘친다. 뒤에 있던 사나이는 그림의 왼쪽으로 넘어졌을까? 아니면 오른쪽으로 넘어졌을까? 이 역시 선인들의 눈과 마음으로 그림을 찬찬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오른쪽 아래의 놀라는 두 구경꾼에 주목하면 이 문제의 답이 금방 나온다. 씨름을 하고 있던 뒤쪽의 사나이가 오른쪽으로 넘어지기 때문에 구경꾼들이 놀라는 것이다.

네 번째로 그림의 왼쪽 중간에 있는 엿장수를 보자. 다른 구경꾼은 모두 씨름꾼만 쳐다보는데 엿장수는 반대 방향을 본다. 다른 모든 사람이 중앙으로 시선으로 집중하여 통일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림의 변화가 없으면 단조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엿장수의 시선을 반대로 두게 된 것이다. 이런 세부적인 대상에 대한 감상은 (가)의 관점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 책은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화는 선인들의 과거를 성실하게 배워 발전적 미래를 이어가는 재창조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 문화는 외국 문화에 밀려 소외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민족의 주체성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게 하여 우리를 성찰하게 해준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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