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해치, 서울의 얼굴 됐다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서울시는 서울 상징으로 선정한 해치를 홍보나 관광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내년 리모델링하는 동대문운동장역 등 9개 지하철역 벽면에 해치 모양의 그래픽을 붙인다. 사진은 시안.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시는 서울 상징으로 선정한 해치를 홍보나 관광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내년 리모델링하는 동대문운동장역 등 9개 지하철역 벽면에 해치 모양의 그래픽을 붙인다. 사진은 시안. 사진 제공 서울시
市상징물 확정 발표

국보 1호 숭례문이 2월에 불탔을 때 해치(해태의 원이름)와 관련된 소문이 돌았다.

해치는 화기(火氣)를 막는 동물인데 광화문 복원을 위해 앞에 있던 해치상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바람에 큰 화재가 났다는 내용.

예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긴 해치가 서울의 상징이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기자 설명회에서 “서울만의 고유한 특징과 이미지를 담은 상징으로 해치를 선정했다”며 “600년 이상 전설과 상상 속의 동물로 서울과 함께해 온 해치가 이제는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광화문광장에 설치

서울시는 세계에 서울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상징을 지난해부터 찾았다. 설문조사 결과 처음에는 경복궁이 유력한 후보로 나왔다.

하지만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경복궁과 연관된 해치, 호랑이, 봉황, 소나무를 후보로 올렸다. 시는 시민공청회와 자문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해치를 최종 선정했다.

서울시는 해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광화문광장에 해치상을 본래 위치에 복원할 계획이다.

시내 곳곳에는 유리나 금속으로 만든 해치나 해치 모양의 건축물을 설치한다. 또 해치 문화거리를 조성하고, 마크나 휴대전화 줄, 열쇠고리에 해치를 넣어 관광상품화할 계획이다.

관광지마다 해치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공항 리무진이나 택시, 지하철에 해치를 그려 넣은 안내책자를 놔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독일 베를린의 곰처럼 해치 하면 서울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치가 서울의 상징이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달 초 전문가 공청회에 참석한 중앙대 김종대(민속학과) 교수는 “해치가 경복궁을 지키는 상징적인 동물이긴 하지만 서울 전체를 아우르는 동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市상징으론 부족” 지적도

사단법인 문화우리 이중재 사무국장도 “서울의 상징은 도시적인 특성을 살렸어야 한다. 해치는 서울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조선의 상징으로 보이는 만큼 서울 전체를 상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까지 서울의 상징을 최종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서둘러 확정 발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의 지키는 상상속 동물… 신라때부터 사용

해치는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전설과 상상 속의 동물이다. 머리에는 뿔, 목에는 방울이 있고 겨드랑이에는 날개를 닮은 깃털이 있다. 몸 전체는 비늘로 덮여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보이지만 사납고 강한 맹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친근하고 해학적인 느낌의 동물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치는 중국 한나라 때 양부(楊孚)가 지은 ‘이물지(異物志)’에 동북지방의 땅에 사는 짐승으로 나와 있다.

신라시대부터 관복에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는 사헌부 관원이 쓰는 관을 해치관으로 불렀다.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경희궁 숭정전과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연경당 등 궁궐 입구에 주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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