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는 ‘마라톤’… 대학 교양기초 ‘출발’이 중요합니다
법학적성시험을 검토의 첫 상대로 삼는 것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법학적성시험이 이러한 인재 선발 시험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성격과 특성을 다른 어떤 시험보다 특히 잘 구현해 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재 선발 시험은 대학 교육과 관련해 볼 때 다음과 같은 특성을 마땅히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교육을 통해 쌓은 의사소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종합적 사고 능력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평가 제도라야 합니다. 너무나 원칙적인 말이지만 기본 원칙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므로 논의 첫머리에 다시 한 번 강조해 봅니다. 막바지에 벼락치기를 통해 쌓은 요령이나 기술에 넘어가지 않는 시험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MEET, DEET나 PSAT도 단기적 접근으로는 대비하기 쉽지 않은 시험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타매매식’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LEET의 논술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험은 대부분 5지선다형이다 보니 시험 막바지 서너 달 동안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고 해설 강의를 들으면 대비가 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일부 수험생이 이런 준비를 통해 효과를 보았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물론 실전에 적응하기 위한 마지막 과정에서는 이런 방식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쌓아 놓은 실력이 있어야 적응도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적응의 과정을 실력 쌓는 과정인 양 여기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시험을 출제하고 운영하는 기관들은 이런 착각을 못하도록 단기간 접근으로는 대비하기 힘든 좋은 문제를 출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설명되겠지만 현재까지의 과정으로 본다면 이런 시험들이 발전, 진화하고 있는 방향은 바람직합니다. 대부분 처음에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지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능력 평가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는 시험에 대한 적응력이 대단히 강합니다. 어떤 문제가 나오건 단기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무슨 방법을 통해서건 찾고자 합니다. 또 궁여지책으로 단기간에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기간에 준비하더라도 최대한 밀도를 높여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가야지 문제를 찍어 보겠다는 족집게식의 점쟁이 뺨치는 접근은 곤란합니다. 점술도 우리 삶에서 때로는 긍정적 역할을 합니다. 위로를 주기도 하고 반성의 기회를 주기도 하고, 기대를 갖게 하여 격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재 평가 시험이 그런 방식으로 대비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것입니다. 당장 올해 8월 말에 시행하는 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실력의 80% 정도는 정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은 기간 최대한 노력하고 시험에 적응하여 공정한 평가를 받는다고 마음먹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원칙만 지켜 준다면 인재 평가 시험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을 굳건히 하고 그 질을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입니다. 이 시험들이 평가하는 의사소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종합적 사고력 등은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이 추구하는 목표 속에 큰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생활 4년 내내 전공과 더불어 이런 교양기초교육을 충실히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양한 책을 읽고 이에 대해 논의, 토론하고 고민하며 그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길러지는 능력입니다. 더구나 중고등학교 때 논술 교육을 잘 받았다면 확고한 기초 위에서 훈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