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한 사람의 자유가 커지면 다른 사람의 자유 위축

자유의 ‘제로섬’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생각의 시작

자유를 누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신화 속 인물 이카로스(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았던 그리스 신화 속 인물)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인간은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비행기와 우주선을 만들었다.

누구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좀 더 자유롭기를 꿈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러분도 한번쯤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더 넓은 바다나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항상 공부와 씨름하며 지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부모님은 항상 “나중에 자라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보장되지 않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그리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 생각의 발전

나의 자유를 위해 다른 존재는 고통받아도 되는가?

인간에게 ‘자유’는 어쩌면 다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는 끊임없이 자유를 위해 투쟁해 왔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이처럼 정신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자유를 위해 다른 존재의 삶에 대한 배려를 잊어버린다.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를 확대하려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를 볼모로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역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된 인간 중심적 세계관은 인간의 자유롭고 편리한 삶을 위해서라면 인간 이외의 존재는 하나의 수단이나 도구로 인식하게 만든다. 결국 환경파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 것도 바로 이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후략>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문학 교과서)]

인간이 성북동 산에 만든 삶의 터전은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아온 비둘기들의 터전을 빼앗는다. 인간은 자신의 편리와 자유를 위해 성북동이라는 공간을 자신들의 삶에 편입시키자, 비둘기는 집을 잃고 옛날을 그리워하며 떠돌게 된 것이다. ‘자유’가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강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그 자유는 과연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사회나 공동체는 그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개인이나 일부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개인이나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그 사회는 존재할 수 있을까?

○ 생각의 전환

남의 자유를 생각할 때, 나의 자유도 보장받을 수 있다.

자유는 인간에게 있어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되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 추구는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할 때가 많다. 타인의 자유를 배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유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자유마저 제한받는 ‘자유의 역리(逆理)’ 현상이 일어난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모든 차가 서로 먼저 지나가려 한다면 결국 어느 누구도 지나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하나의 사회가 가진 자유의 총량이 커지고, 좀 더 균등하게 배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기보다는 남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는 그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후략>[한용운, ‘복종’(문학 교과서)]

이 시의 화자도 ‘자유’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당신’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시를 단순히 자유와 복종(희생, 배려)의 의미로만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인 해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이 시의 화자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자유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위한 나의 ‘복종’도 충분히 ‘달콤’할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또, 자신이 원해서 하는 ‘복종’이라면 그것 역시 자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라는 가치는 어쩌면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자유가 커지면 다른 사람의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유 총량 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자유의 ‘논리’를 극복하려면 결국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하며, 자신의 ‘자유’보다는 남의 ‘자유’를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김구 선생의 글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 ‘성북동 비둘기’, ‘복종’ 전문(全文)과 이에 관한 더 자세한 해설은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진열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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