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외국어 캠프…인성교육장…대학기숙사의 진화

  • 입력 2008년 3월 7일 07시 42분


《대학의 기숙사가 단순한 숙소 개념을 넘어 영재교육이나 외국어 캠프, 인성교육 등의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은 180억 원을 들여 기숙사를 신축해 최근 개관했다. 기존의 기숙사 시설로도 학부생 1300여 명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지만 이번에 지은 건물은 1, 2학년 600명을 위한 것이다.》

한 층에 50명씩 생활하는 새 기숙사에서 학생들은 수업이 없는 시간에 인성교육을 받거나 리더십 활동을 한다. 또 이곳에서는 저명 인사 초청강연도 열린다.

학생들이 1, 2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잘 설계할 수 있도록 층별로 담당 교수 1명씩 총 11명의 교수가 함께 생활한다.

영어담당 교수가 생활하는 9층에는 영어로만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용공간이 마련됐다.

미국과 서유럽의 유명 대학에서 기숙사를 캠퍼스의 또 다른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기숙대학’을 본뜬 것이다.

포스텍 관계자는 “이공계 인재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리더십 교육 등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교수들이 늘 학생과 부대끼면서 공부와 생활에 관한 조언을 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기숙사를 외국어캠프처럼 활용하는 사례는 이제 정착되다시피 했다.

계명대는 2002년 영어전용 기숙사인 ‘켈리하우스’를 지었다. 160명이 생활하는 이곳에는 외국인 교수 6명이 배치돼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 대학과의 교환학생 선발시험에는 이 기숙사 출신이 80%에 이를 정도로 내실 있는 영어공부가 이뤄진다.

켈리하우스에 대한 반응이 좋자 2003년에는 중국어 전용 기숙사인 ‘클릭하우스’를, 2004년에는 일본어 전용 기숙사인 ‘지쿠하우스’를 각각 설립했다.

켈리하우스에서 생활하는 김민걸(22·회계학과 2학년) 씨는 “이곳에서는 ‘잠꼬대도 영어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꼭 외국의 대학에서 생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가 5년째 운영 중인 기숙사 장기 외국어 연수 과정은 ‘입주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년 영어 연수생 100명, 중국어 연수생 20명을 선발해 1년 동안 외국인 교수가 집중적으로 교육을 한다. 출석률이 75% 미만이면 즉시 퇴사하며 종합평가 점수가 80점이 안 되면 수료증을 받지 못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캐나다인 산티 레이든(33·여) 교수는 “입사 때는 외국인 교수를 보면 피하기 일쑤인 학생들이 수료 때가 되면 영어로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게 된다”고 밝혔다.

대구대도 지난해 3월부터 기숙사 어학교육을 마련했다.

이번 학기에는 신입생 1250명이 영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출석률이 80% 이상이면 수강료(연간 35만 원)를 장학금으로 돌려준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해외어학연수 기회를 얻게 된다.

동양대는 2000명이 생활하는 기숙사 4개 건물의 이름을 ‘일신재’(날마다 새로워진다는 의미), ‘삼봉관’(조선 초기에 활약한 정도전의 호 삼봉에서 따옴), ‘전원기숙사’ 등으로 독특하게 지었다.

4개 건물을 합친 기숙사 이름은 ‘인성교육원’. 학생들의 전공은 달라도 집처럼 잠을 자는 공간에서부터 인성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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