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억 수표다발 받아" "15년간 200억 관리"

  • 입력 2008년 3월 5일 16시 37분


박철언 전 장관 측근 잇달아 주장 파문확산

노태우 정부 시절 '실세' 정무장관이었던 박철언 씨 측이 서울 모 대학 무용학과 K교수에게 160억 원을 횡령 당했다며 고소를 한 가운데 박 전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수십 억 원에서 수백 억 원대에 이르는 박 전 장관의 돈을 관리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76억 원을 수표 다발로 받았다

문화일보는 5일 박 전 장관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 모 씨가 박 전 장관이 청와대 정책보좌관으로 재직하던 1988년부터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박 전 장관으로부터 모두 76억 원의 자금을 받아 관리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 씨가 "박 전 장관은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에 이르는 수표 다발을 나에게 맡겨 관리해왔다"며 "박 전 장관은 자금 중 일부에는 영부인(당시 김옥숙 여사) 것도 섞여 있고 불법 자금이니 차후에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2번, 3번 이상 철저히 세탁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는 것.

김 씨는 문화일보에 자신을 박 전 장관의 보좌관으로 지역구와 월계수회(박 전 장관의 사조직) 업무를 맡았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박 전 장관으로 받은 수표 뭉치를 서울시내 여러 은행과 증권사에 가명 예금 계좌를 개설해 입금시킨 뒤 모두 여러 차례 출금해 본인 명의의 차명 예금 계좌를 만들어 입금했다"고 당시 자금 세탁 과정을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본인이 관리하기에는 자금 규모가 너무 커 박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자금 관리인도 늘어났다"고 말해 또 다른 자금 관리인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씨는 "김 모 법무사도 박 전 장관의 자금 관리인 중 한 명으로 그는 76억 원 중 54억 원을 세탁한 뒤 친인척 이름으로 차명 계좌를 개설해 일부는 중국 등 해외로 빼돌리기도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200억 원 관리했다?

S은행 지점장을 지낸 서모(67) 씨도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박 전 장관의 자금을 맡아 관리해오다 박 전 장관에게 고소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장관의 경북고 후배인 서 씨는 지난해 6월 박 전 장관으로부터 3억68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당한 뒤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서 씨도 5일 "박 전 장관으로부터 돈을 받아 2억~5억 원짜리 정기 예금을 만든 뒤, 만기가 되면 이를 박 전 장관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했으며 박 전 장관과 돈을 주고받은 횟수가 15년간 50회에 걸쳐 2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주장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 측은 "처음 준 돈(10억여 원)의 이자가 불어나고 그 이자를 합쳐 다시 맡기는 방식이었는데 100억~200억원이라는 주장은 이를 단순 계산법으로 합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씨는 박 전 장관으로 수 십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아 자신과 가족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증식해왔으며 마지막으로 관리하던 3억6800만 원짜리 정기예금이 만기가 됐으나 이를 박 전 장관에게 돌려주지 않아 결국 소송을 당했다.

서 씨는 "그 돈이 박 전 장관의 돈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박 전 장관의 처남인 현 모 씨가 그 돈이 자기 장모의 돈이라고 주장해 돌려줄 수 없었다"며 "이 돈은 현 씨가 (무용과 여교수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16억 원 중 일부로 보인다"고 말했다.

3억6800만원은 현재 은행으로부터 지급 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 씨는 또 "3억6800만 원와 별도로 5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어둔 3600만 원이 지난해 6월 만기가 돼 박 전 장관의 (자금을 관리하던) 여교수가 찾으러 왔기에 7000만 원을 수고비조로 받고 2억3000만 원을 박 전 장관 측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자금의 성격에 대해 서 씨는 "박 전 장관이 먼저 찾아와 자금관리를 부탁했었다"며 "당시 박 전 장관이 일부는 자기 돈이고 일부는 친인척 돈이라고 했으나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박 전 장관 측은 "무용과 여교수에게 관리를 맡기기 전에 서 씨에게 맡긴 돈이었다"며 "(비자금이 아니라) 재단 설립자금이다"고 말했다.

성하운 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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