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쓰레기봉투값이 왜 이렇게 올랐지?”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지자체들, 지난해부터 줄줄이 인상

환경부 ‘목표 가격 가이드라인’ 탓

최고 50%까지 올린 지자체도 있어

“물가안정 역행” 관련지침 폐기 검토

서울시내 A구는 최근 쓰레기봉투 값을 올리려다가 중단했다.

“물가가 서민생활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많고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에 관심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구 관계자는 “가격 인상 내용이 담긴 조례가 구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구의원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A구는 지난해에 쓰레기봉투 값을 올렸다. 당시 인상률은 11%로 연평균 물가상승률의 4배를 넘었다.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큰 폭의 인상을 검토했던 이유는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한 ‘쓰레기봉투 목표가격’ 때문. 올해 말 목표가격을 맞추려면 30∼40% 더 올려야 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과 고속도로통행료 같은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쓰레기봉투 값은 예외다. 두 자릿수 인상률은 기본이고 한꺼번에 50% 이상 올리는 지자체도 있다.

○ 가격인상 도미노 촉발한 가이드라인

충북 청주시는 15일 쓰레기봉투 값을 평균 29.5% 인상했다. 충남 천안시는 올해 들어 25% 올렸다.

경기 부천시는 지난달부터 27% 인상된 가격으로 쓰레기봉투를 판다. 경기 성남시도 지난해 말에 25% 올렸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비교하면 7∼9배나 많이 올린 셈이다. 인천 대구도 평균 40∼50% 인상할 계획이어서 지방의회 및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가격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가이드라인의 명분에 대해 환경부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처리비용을 더 많이 내는 ‘배출자 부담 원칙’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청소행정에 사용하는 예산의 60%를 쓰레기봉투 구입을 통해 주민이 부담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며 “쓰레기봉투 가격이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하위 30%의 지역은 연말까지 50% 인상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 정부업무평가 의식해 급격한 가격인상 추진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지자체에 가격인상을 촉구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발송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여러 지자체가 인상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방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인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환경부는 5월경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개정해 가이드라인을 폐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쓰레기봉투 가격 결정은 지방정부의 몫이었으나 지난해 국무총리실이 환경부 업무를 평가하면서 ‘쓰레기봉투 가격 현실화’를 항목에 포함하는 바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그 덕분에 환경부는 2007년 정부업무평가에서 3위를 차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봉투 가격은 지자체의 몫이라고 총리실을 설득해 2008년 정부업무평가에서는 이 부분이 평가항목에서 빠졌다. 2009년도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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