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학부모 대학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서울 용화여고는 지난해 처음 ‘학부모의 밤’ 행사를 가졌다. 낮 시간에 학부모 모임을 열던 관례를 깨고 저녁 시간으로 옮기자 반응이 뜨거웠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학생 가운데 절반에 이른다. 낮 시간에 학부모 모임이 열리면 올 수 없었던 어머니들이 많이 참석했고 아버지들도 30여 명 모습을 나타냈다. 학교가 생각을 바꾸자 학부모와 새로운 소통 모델이 마련된 것이다.

▷연세대가 올해부터 ‘학부모 대학’을 만들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학교생활과 진로에 관심이 많다. 그런 학부모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강의를 해 준다는 것이다. 이 대학에는 유학과 교환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동호회, 고시 동호회 같은 학부모 모임이 결성되어 있다. 학부모의 자녀 챙기기가 고등학교를 넘어 대학생에게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흔히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학부모의 역할은 조심스럽다. 교육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으로 불린다.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힘이 부족할 때 밖에서 도와주는 정도가 부모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발달심리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들과 부모 말을 거부하는 습성이 있는 아이들, 본인 스스로 삶의 길을 선택했던 아이들의 일생을 추적해 봤다. 가장 잘사는 유형은 ‘부모 말을 잘 들었던 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자신들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학생 자녀의 진로에 개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본인 판단에 맡겨야 하는지 뚜렷한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의사 변호사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권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듯하다. 자녀의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함께하면서 자식과 소통하려는 욕구가 담긴 시대적 산물이 학부모 대학이라고 보고 싶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