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두딸 남겨놓고… 뱃속 아이 얼굴도 못보고…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엄마 어디 갔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국군수도병원에 20일 마련된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의 합동 분향소. 숨진 선효선(28·여) 대위의 딸 유은채(3) 양이 영문을 모른 채 할머니 어깨에 기대어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엄마 어디 갔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국군수도병원에 20일 마련된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의 합동 분향소. 숨진 선효선(28·여) 대위의 딸 유은채(3) 양이 영문을 모른 채 할머니 어깨에 기대어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 육군 헬기 사고 유가족 애끊는 사연

“어젯밤 안부전화 마지막일줄은…” 말 잃어

“이틀뒤면 생일인데…” 김상병 어머니 통곡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간호장교 선효선(28) 대위의 남편 유영재(29) 대위는 20일 아내의 빈소 한쪽 벽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가끔 돌아서 깊은 한숨도 내쉬었다. 울음이 나와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강원 철원군 부대에서 비보를 들은 유 대위는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선 대위를 “효선아”라고 부를 만큼 딸처럼 아꼈던 시어머니 이영자(53) 씨는 “근무지가 달라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아들은 가슴이 찢어져도 군인이라 울음을 참고 있다”며 오열했다. 선 대위의 딸 은채(3)는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 울지 마” 하며 이 씨에게 매달렸다.

004년 결혼해 은채와 5개월 된 은결을 둔 선 대위는 내년 2월 전역해 보건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시험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교사가 되면 두 딸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시부모님 집에 더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 씨는 “매일 점심과 저녁이면 안부전화를 하는데 어제는 오후 11시가 넘어 ‘제가 바빠서 늦었어요. 죄송해요’ 하고 연락이 왔다”며 “그게 마지막일 줄은…”이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군의관 정재훈(33) 대위의 아내 이정미(32) 씨는 남편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이 씨는 현재 임신 3개월이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정 대위의 어머니 이옥연(59) 씨는 빈소를 찾은 아들 동료의 손을 부여잡고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아이는 어떻게 하라고…”라며 울부짖었다.

응급실 의무병 김범진(22) 상병의 어머니 윤용순(52) 씨는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뒤 그대로 주저앉아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봐서 눈도 못 감았다”면서 “이틀 뒤가 우리 아들 생일인데, 집이 가난해 제대로 받은 것도 없이 이대로 가버리면 어떡하느냐”며 목 놓아 울었다. 김 상병은 지난주 가족들이 면회를 가겠다고 했을 때 “이번 주말(23일)에 외박을 나갈 테니 굳이 오실 필요 없다”며 말렸다. 윤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면회를 꼭 갔어야 하는 건데”라고 되뇌며 땅을 쳤다.

두 딸의 아버지인 조종사 신기용(44) 준위는 육군항공의 ‘표준교관 조종사’로 2005년 치악산에서 추락한 등산객을 구조한 공로로 군사령관 표창을 받았다. 다음 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막내딸(7)은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눈이 새빨개지도록 울었다.

유족들 “사고경위 이해안돼” 軍설명회 중단

한편 육군이 이날 오후 10시경 국군수도병원 4층 강당에서 마련한 설명회는 “사고 경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유족의 반발로 40여 분 만에 끝났다. 유족은 “머리를 다친 윤 상병의 상태가 긴박했다면 부대에서 가까운 민간병원으로 옮겼어야 하지 않느냐”며 이륙 명령을 내린 이유와 기상 상황 분석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성남=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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