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여지 이렇게 개발하자]<4·끝>평택 개발 계획은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현재 16선석 규모에서 2020년 74선석으로 커지는 경기 평택항.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평택 지역에는 9개 분야, 87개 개발사업이 추진된다. 특히 기지 이전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바꾸기 위해 한미 양국민이 참여하는 각종 공동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사진 제공 평택시
현재 16선석 규모에서 2020년 74선석으로 커지는 경기 평택항.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평택 지역에는 9개 분야, 87개 개발사업이 추진된다. 특히 기지 이전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바꾸기 위해 한미 양국민이 참여하는 각종 공동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사진 제공 평택시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굴착기 10여 대가 굉음을 내는 가운데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꼬리를 문 채 쉴 새 없이 흙을 실어 날랐다. 지난해 11월 미군기지 공사가 시작된 뒤 2개월 넘게 성토작업이 한창이다. 2년 전 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주민과 경찰 사이에 벌어졌던 격렬한 충돌의 흔적은 이제 더는 찾아볼 수 없다. 》

단순 ‘기지촌’ 넘어 환황해 국제도시 꿈꾼다

○ 환(環)황해권 중심지 ‘슈퍼 평택’

평택 미군기지는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된다.

2013년에는 평택시 고덕면, 서정동, 장당동 일대에 2150만 m² 규모의 국제화계획지구(국제평화도시)가 조성된다. 주택 5만6000채가 들어서고 주한미군 가족과 한국인 등 16만 명이 살게 된다. 외국인 주거단지를 비롯해 국내외 대학과 국제비즈니스센터, 산업단지 등을 갖춘 자족도시로 건설된다.

최근 서해안 지역 항만 가운데 처음으로 미주 항로가 개설된 평택항은 현재 16선석(船席) 규모에서 2020년까지 74선석으로 커진다. 또 주변에는 2015년까지 1360만 m² 규모의 신도시가 들어선다. 평택항의 물류 기능을 지원하면서 관광, 금융, 주거가 결합된 복합도시다.

평택호가 있는 현덕면 일대는 297만 m² 규모의 종합관광지구로 개발된다. 2015년까지 7200억 원이 투입돼 골프장과 테마파크, 전통문화 체험마을이 조성된다. 중국 관광객과 미군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시설도 결합된다.

또 포승지구(2049만 m²) 개발, 유비쿼터스 도시화 같은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이들 사업은 2005년 12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해 확정됐다. 모두 9개 분야 87개 사업이다. 사업비는 18조8000억 원. 이 가운데 국비와 지방비는 5조1000억 원이며 공기업과 순수 민간자본이 13조7000억 원이다.

모든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00년 35만 명이었던 평택시 인구가 2020년 8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총생산(GRDP)은 같은 기간 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평택호 관광지와 첨단 산업단지 조성 등 국가특별지원사업으로 선정된 4개 사업군에서만 총 3조 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최장호 평택시 프로젝트담당관은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평택은 미국과 중국을 잇는 국제화 중심도시로 발전할 것”이라며 “환황해 경제권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기지촌 넘어 공동체 도시로

평택 미군기지에 근무할 미군 장병은 1만7000여 명. 군무원과 한국군을 합치면 약 4만3000명이 기지 내에 살게 된다. 평택이 국제화 도시로 발돋움할지 아니면 거대한 기지촌으로 전락할지는 이들을 위해 조성될 주거환경 수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한 ‘기지 도시’가 아니라 ‘가족친화적 도시’가 건설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주한미군 3만7000명 가운데 기혼자는 60%에 이른다. 그러나 기혼자의 가족 동반 비율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독일 74%, 일본 72%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박경은 연구위원은 “한국의 주한미군기지는 군사적 필요성만 중요시하면서 막사 중심으로 건설됐다”며 “이 때문에 기지촌이라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평택 미군기지가 가족동반형 기지가 될 수 있도록 2, 3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적절한 주거, 교육,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시도 가족친화적 도시 조성을 위한 이른바 GCN(Global Communication Networks) 정책을 마련 중이다.

GCN은 문화, 예술, 교육, 기술, 환경 등 10여 개 분야에 걸쳐 구성된다. 정책을 다루는 전문가 네트워크부터 일반인이 참여해 직접 활동하는 현장 네트워크가 모두 포함된다.

평택시는 GCN을 통해 미군기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한미 공조의 새로운 틀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외형적인 개발에 치우진 기지 이전 때보다 그 이후의 공동체를 형성할 도시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며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평택, 한국과 미국의 경제 전략지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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