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02년 대선자금’ 재수사하나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주먹 불끈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8일 대구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그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잔금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주먹 불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8일 대구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그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잔금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檢주변 “명예훼손 고발인측 출금 이례적”

삼성서 준 ‘7억5000만원 채권’ 현금5억에 거래

일부 자금세탁 혐의 포착…대선잔금 연관 촉각

수연씨 친구 출국…“말 못할 사정 있나”관측도

검찰이 최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차남 수연 씨와 최측근 서정우 변호사를 함께 출국금지함으로써 2002년 불법 모금 대선자금 수사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전격적인 출국금지 배경=시사주간지 ‘시사IN’은 지난해 12월 초 ‘이 전 총재의 아들 정연 씨와 수연 씨의 재산이 1998년과 2002년 대선 이후 갑자기 늘어났다’며 두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전 총재 측은 해당 언론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시사IN의 기자를 지난해와 올해 2차례 소환조사한 데 이어 최근엔 수연 씨의 친구 정모 씨를 몇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 씨가 2002년 11, 12월 삼성 측에서 받은 국민주택채권 7억5000만 원(액면가)어치를 현금 5억 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세탁을 한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씨는 검찰 수사 도중 전격적으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정 씨를 상대로 대선잔금 유용의 실체를 밝힌 뒤 수연 씨 등 이 전 총재의 주변으로 수사의 초점을 옮기려고 했던 검찰로서는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검찰이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정치적인 파장을 감수하면서 수연 씨와 서 변호사를 전격 출국금지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정 씨의 정확한 출국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 씨가 출국할 수밖에 없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정치권에 나돈다.

▽“대선자금은 특검의 수사 대상”=검찰은 일단 “고소고발 사건을 하는 거지 대선자금 전반을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 씨가 만약 자금세탁을 했다면 그 돈은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자금으로 받은 돈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3,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823억2000만 원을 불법으로 모금했으며 대선 때 쓰고 남은 잔금은 154억 원이었다고 발표했다.

대선잔금 가운데 138억 원은 돌려줬으나 나머지 16억 원 가운데 일부를 이 전 총재 측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2002년 대선자금 관련 내용을 기록한 수첩’을 언급하며 “어떤 방법으로 그 많은 돈을 모았고, 처리했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도 사석에서 “그 수첩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3년 말 자체 조사를 통해 자금의 용처를 적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존의 대선자금 수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당시 법률상 공소시효는 3년에 불과해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대선자금의 불법 모금 실체를 검찰이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돈(16억 원)이 대선자금의 일부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횡령 혐의가 적용되는 상황으로 돌변하면 공소시효는 최소 7년, 50억 원 이상이면 10년으로 늘어난다. 최악의 경우 이 전 총재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이나 명예훼손 사건의 고발인 측을 출국금지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검찰이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로 이어질 만한 단서를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제공한 대선자금 수사는 입구와 출구 모두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이어서 검찰은 횡령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소극적이다. “특검과 검찰 수사가 양립할 수 없다”는 법리 해석에 따라 특검의 수사 상황을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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