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계, 영어교육 개혁 ‘준비 부족’만 되뇔 건가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새 정부가 초중고교 영어교육을 쇄신하는 계획을 내놓은 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연일 강한 추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어제도 “영어교육을 개혁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역점 과제로 밀고 나갈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계는 부정적이다. 2010년부터 고교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겠다는 인수위 방안에 대해 한국교총이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가 반대했다. 전교조는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선진국 수준의 영어 공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새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당장 교육계의 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인수위의 접근 방식이 치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인수위는 22일 영어교육 얘기를 꺼낸 지 며칠 만에 ‘2010년부터 영어로 영어수업을 실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이 국가 차원에서 실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어제 이를 부인했지만 “영어수업이든 몰입교육이든 준비도 안 됐는데 어떻게 2년 만에 해낼 수 있느냐”며 교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교육계도 반대만 능사로 삼을 일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외국인을 만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현행 영어교육은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다. 교육계라고 해서 의견이 다를 수 없다. 그런데도 정작 새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교육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뒤로 물러나고 있다. 교원들은 교원평가제와 학교정보 공개 정책에도 매번 ‘준비 부족’을 들고 나온다. 교원들의 현실 안주가 매번 교육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전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한 뒤 교육계와 협의하고 설득해야 한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실력을 갖춘 교사가 부족하면 비(非)교사 집단에서라도 찾아봐야 한다. 영어교육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도 지난해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강화했다. 중국은 2000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대학입시 때 영어 인터뷰까지 실시한다. 우리도 차일피일 미룰 수만은 없다.


▲ 영상제공 : 인수위,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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