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통계로 세상읽기]학생들에게도 필수품 된 휴대전화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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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처음엔 1대 331만원… 2730명만 가졌죠

전화나 TV가 부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1960년대만 해도 국내에는 집에 전화가 있는 가정이 매우 드물었다. 흑백 TV를 가진 집도 드물었다. 한 마을에 한두 집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였으니까. 일부 부잣집만이 전화와 TV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이는 1960년대의 전화보급률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1960년의 전화보급률은 0.3%로, 1000명 중 단 3명만이 전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전화와 TV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 이제 전화나 TV는 한국에서 부의 상징이 아닌 셈이다.

국내에 휴대전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4년이었다. 당시에는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휴대전화를 가질 수 없었다. 가격이 331만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그 당시 휴대전화는 또 다른 부의 상징이었다. 휴대전화가 나온 초창기에는 아이들 팔뚝만 한 휴대전화를 들고 고급 승용차 옆에서 보란 듯이 통화하는 것이 부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여겨졌다. 그런 때였으니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까지도 휴대전화를 갖게 됐다.

1984년에는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전국에 겨우 273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06년에는 4020만 명에 육박했다. 국내 인구 100명당 83.2명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휴대전화 역시 부의 상징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중고등학생까지 휴대전화를 갖게 됐을까? 물론 학생들이 갖고 싶어 했으니 부모들이 사 줬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왜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조르게 됐으며, 부모들은 이를 기꺼이 사 줬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휴대전화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예전처럼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처음 나온 1984년처럼 가격이 331만 원이나 된다면 학생들이 감히 휴대전화를 사 달라고 조를 수 있었을까? 또 자녀가 조른다고 해서 부모가 사 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요즘은 휴대전화 가격이 20만 원에서 60만 원 선으로 초창기에 비해 훨씬 저렴해졌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기능이 다양해져서 품질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은 엄청나게 싸진 셈이다. 이처럼 가격은 하락하고 품질은 향상된 것이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많이 갖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면 더 많이 사고, 높아지면 덜 산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수요의 법칙’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중고등학생까지도 휴대전화를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수요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각 가정의 형편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휴대전화가 등장한 초창기에는 그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기도 했지만 그만한 돈을 내고 휴대전화를 구입할 만큼 국민이 잘살지도 못했다. 그러니 소수의 부자만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휴대전화 가격과 통화료가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과거보다 훨씬 나아져서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1984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257달러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1만8372달러로 8.1배가 늘어났다. 그래서 자녀에게 휴대전화를 사 줄 만한 경제적 여력이 생긴 것이다.

휴대전화가 대대적으로 보급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해서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늘고 있고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음공해도 심해졌다. 그 결과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규제에 앞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삼가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안병근 공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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