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밤 자고나니 전력이 ‘차곡차곡’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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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에너지원으로 풍력이 뜨고 있다. 효성은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단지에 2개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했고, 내년 가을까지 15개로 늘릴 예정이다. 왼쪽 사진은 조감도. 사진 제공 효성
청정 에너지원으로 풍력이 뜨고 있다. 효성은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단지에 2개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했고, 내년 가을까지 15개로 늘릴 예정이다. 왼쪽 사진은 조감도. 사진 제공 효성
강릉 대기리 효성 풍력발전 현장 르포

20일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을 빠져 나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방향으로 40여 분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효성의 풍력발전 현장.

‘일반 차량 출입 금지’ 푯말이 있는 곳에서 스노체인을 감은 차량으로 바꿔 타고 산 속으로 20여 분 운전한 다음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정상 부근에서는 산꼭대기까지 약 300m를 걸었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풍력발전 현장은 조용했다.

효성중공업연구소 차종환 수석연구원은 “겨울 칼바람이 풍력엔 최고지만 눈이 오면 바람이 잠잠해진다”며 “여름에는 하루 풍력 이용률이 20% 정도로 낮지만 겨울엔 40%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 초속 15m 불면 풀가동… 발전기 1대서 年1억 수입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신재생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풍력은 태양열과 함께 손꼽히는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

하지만 2006년 기준 국내 풍력 발전 용량은 197.4MW로 전체 발전 용량의 0.3%에 그친다. 효성은 1998년 풍력발전기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20기 이상의 풍력발전기를 세워 이 분야 국내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대기리에 설치된 750kW짜리와 2MW짜리 풍력발전기는 효성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기존 수입품과는 달리 효성이 자체 기술로 생산 조립 설치했기 때문이다.

차 연구원이 가장 먼저 보여 준 곳은 750kW짜리 풍력발전기 조종실. 한쪽 벽으로 48m 타워 꼭대기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맞은편 벽에는 생산된 전력을 나르는 케이블선이 보였다.

그가 가리킨 전력 계기반에는 4만4320kWh가 찍혀 있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 발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인 전력량으로, 하루 평균 약 550kWh가 쌓인 셈이다.

차 연구원은 “550kWh면 보통 가정집이 한 달 소비하는 전력(약 360kWh)을 커버할 수 있다”며 “풍력발전기 1대에서 연간 1억 원이 넘는 전력 판매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때마침 바람이 불었다. 서서히 날개가 돌았고 계기반 숫자도 조금씩 올라갔다. 750kW 발전기는 초속 15m 바람이면 완전히 발전된다.

차 연구원은 “자고 일어나면 전력이 쌓여 있다”며 “풍력은 매연이 없을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까지 막아주는 ‘똘똘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 창원에 설비공장 건설중… 해외수출도 계획

효성이 더 큰 기대를 거는 것은 풍력발전 설비 시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풍력발전 설비 시장은 2005년 140억 달러(약 13조1600억 원)에서 2006년 230억 달러로 성장했다. 2010년 390억 달러로 연평균 14%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권용호 효성 중공업퍼포먼스그룹 부장은 “세계 시장의 주력 제품인 2MW짜리 풍력발전기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라며 “현재 경남 창원시에 연간 100대 이상의 풍력발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은 향후 10년간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2010년 세계 10대 풍력발전기 업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릉=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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