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구]수학 - 과학은 깊게, 암기과목은 가볍게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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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맞아 미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세계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협력과 무한경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의 격랑을 헤쳐 나갈 미래의 화두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돼야 한다.

15년 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당선 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미국 경제발전’과 ‘미국 인력의 재교육’의 슬로건을 국정운영 지침으로 내걸었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지닌 우수한 인력 양성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클린턴 정부 시대뿐 아니라 항상 미국의 지속 가능한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빌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 등이 교육혁신에 투자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중등교육과 대학입시에 관한 정부의 관심은 사교육의 폐단을 줄이고 또한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둔 평준화 정책이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중등교육의 평준화 위주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평준화 정책으로 교육경쟁력은 퇴보하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논리력을 강화하는 수학 과학 교육은 창의성과 다양성 교육의 핵심이다. 중등교육의 선진국인 스웨덴 핀란드 싱가포르에서는 수학 과학과 같은 핵심 지식은 깊이 있게 다루는 반면 암기 과목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가르친다.

21세기 교육의 목표는 기초가 튼튼하고 깊이 있는, 나아가 분야를 뛰어넘는 통합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능력별 중등교육의 실시, 다양한 교과서의 개발, 교사의 경쟁체제 도입, 핵심 과목의 필수화 등 적절한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획일적 중앙집권적 교육 관리를 지양하고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영역별 관리,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자율성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30년간 과학기술정책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응용개발위주’의 추격형 과학기술정책이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을 했으나 기초연구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됐다. 본격적으로 선진국과 경쟁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 부분이 강화돼야 한다.

앞으로 과학기술정책은 개인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정부는 위험부담이 커서 산업계가 담당하기 어려운 ‘기초 및 응용’ 연구를, 산업계는 ‘개발 사업화’ 연구를 위주로 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국가 연구개발 체계의 기반인 기초연구가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미래 국가경쟁력의 지속적 발전을 위하는 롱테일(long tail) 전략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성장 엔진은 결국 창의적 인력과 과학기술력의 함양일 수밖에 없다. 연구를 통한 우수 인력의 양성, 과학기술력의 함양을 유기적으로 통합지원하고 관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정부는 앞으로 한 세대 이상을 관통하는 인력수급 계획하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장기적 교육 및 과학기술 발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정구 서울대 물리천문학과교수 한국물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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